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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쓰 Jan 06. 2021

소년들의 우주는

그 한 마디에 나를 둘러싼 모든 우주가 막막해져, <파수꾼>

#파수꾼 #소년들의우주는

우리 아직 친구잖아. 네가 왜? 그 한 마디에 나를 둘러싼 모든 우주가 막막해져 나는 눈물이 났다. 서툴고 외롭고 그만큼 거칠었던 소년들의 세계는 사실 그보다 훨씬 연약해서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도 와르르 무너져내린다. 서로가 세계의 전부인 양 살아가는 세 친구의 우주는 치열하게도 반목한다. 어떤 말은 분명한 협박인데도 구애처럼 들리고, 어떤 주먹은 상대에게 향했음에도 스스로를 타격한다. 이 모든 각자의 연약함을 증명해가는 파열음이 무척이나 시리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요령을 배우지 못한 채 우리는 상처 주는 법부터 배운다. 폭력은 상대의 영혼에만 못을 박지 않는다. 혹독한 시간을 견딘 우리의 풍경은 결국 안녕의 계절에 다다랐을까. 어쩌면 우리는, 상처만 남은 폐허에서 서로의 풍경만을 좇으며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파수꾼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내내 깨닫지 못할 운명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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