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재료가 아니라 요리사의 문제, <곤지암>
기담은 확실히 놀라웠다. 한국 호러 3대장에 알포인트, 장화홍련이 있다지만 그중에서도 기담의 이미지는 무척 독특하고 유니크했다. 그랬던 기담의 감독이 곤지암을 배경으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한 물 간 장르와 소재로 돌아왔는데, 확실히 다른 의미로 놀라웠다. 공포물을 지겨울 정도로 접한 사람만 아니라면 곤지암은 정말 역대급으로 무서울 수도 있다. 아니, 실제로 그랬다! 뒷자리의 남자 고등학생들이 시발, 내 손 좀 잡아달라며 간절히 서로에게 고개를 파묻던 것도 옆자리의 여성분이 결국 와앙- 하고 소리 내어 울음을 터트린 것도, 중간중간 사람들이 극장을 떠난 것도 정말 그럴만했다는 이야기. 장르의 한계인 초반부를 훈남 훈녀와 유튜버 업로드 매커니즘을 활용해 지루하지 않게 만든 점, 몰아치는 중후반부에 기담의 대표 얼굴을 가져와 공포를 극대화하면서 그것을 뛰어넘을 얼굴들과 귀신들의 연출을 만들어낸 부분을 보며 역시, 요리는 재료의 문제가 아니라 요리사의 문제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기담처럼 독특한 레시피의 별미는 아니지만, 땡길 때 먹는 떡볶이 맛집의 역할을 곤지암은 훌륭히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