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끝내 통과하는 어떤 물음들, <포드v페라리>
칠흑 같은 어둠을 질주하는 레이서의 숨소리와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합쳐지며 시작되는 영화는, 곧장 묻는다. 7,000RPM 어딘가엔 그런 지점이 있어.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 그 순간 질문 하나를 던지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후 아 유? 정석적인 레이싱 무비의 쾌감을 온전히 보전하면서도 이 오락 영화는 틈만 나면 철학적 메시지가 영화의 중심을 가로채도록 내버려 둔다. 우리는 스스로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치열하게 내달리고 있는 것이니까. 새해가 시작되었다는 게 또 하나의 랩이 지났다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또 한 번, 퍼펙트 랩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는 일. 그 일 년이 진정한 나였으면 하는 순진한 희망. 어떤 불순의 티끌도 침범할 수 없는 성역에 도달하려는 부질없음. 그 퍼펙트 랩을 위해 나머지 랩을 희생하고 아껴가면서, 신념을 깨뜨리면서 신념을 지켜내게 되는 자신의 선택을 마주하기 위해서. 이제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작심의 구간에 매번 매달리고 속게끔 우리의 생이 설계된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아의 파이널 랩을 통해 셸비와 마일스의 포드는, 넉넉하고 먹먹한 여운으로서 우리를 끝내 통과하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