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거나 나쁜 동재]
벌써 종영한 지 반년이 넘어가는 드라마이지만 내가 언젠가 블로그나 브런치에 나만의 리뷰를 남기게 된다면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결코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뒷북인감이 없지 않지만 책 리뷰만 남겨온 내 매거진에 번외 편으로 이 드라마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비밀의 숲> 스핀오프(spin-off) 작품인데, 처세술에 능하고 뒷돈을 받는 스폰서 검사인 서동재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름지기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면 정의롭고 불의에 굴하지 않으며, 비합리적인 현실에 맞서 싸워줘야 제 맛이지만 서동재라는 인물은 전형적인 K-드라마의 주인공 캐릭터는 아니다. 똑똑하지만 위선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의에 눈감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은 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좋거나 나쁜 동재>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동재는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일 수도 있는데 이 제목의 설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고자 하지만 내면에는 양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동재는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현실적인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회사에서는 늘 웃는 얼굴의 인자한 부장님이 집에서는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가장일지도 모르고, 힘없는 소수의 인권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유명한 인권 변호사가 본인 사무실의 청소노동자에게는 폭언을 일삼는 위선자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단편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제 아무리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신념이 언제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뭘로 증명해야 할까?
증언을 믿을 수 없다면 과연 누가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으며, 진실을 말했을 때 어느 쪽으로부터도 신빙성을 부정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 드라마의 빌런인 남완성이 구치소에서 아들과 통화하며 차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없애라고 한 내용이 녹취되었고 법정에서 증거로 재생된다. 남완성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실성한 듯 웃으며 법정에서의 소란을 지적하는 판사에게 따지듯 말한다.
"태도가 그렇게 불량하면..."
"내가 앱니까? 뭐? 태도가 불량하다고? 왜 공손해야 되는데, 왜!"
"죄를 지어서 법정에 섰으니까!"
"너희들 판검사라는 것들 중에 이 자리에 앉을 사람들 내가 벌써 몇 명 알거든?
까불지 마. 타이틀만 다르지 너나 나나.
맨날 고무줄 형량에 팔이 안으로 굽는 것도 모자라 팔 병신이 된 새끼들이 누구를 단죄해! 무슨 자격으로!"
별장 성 접대 사건으로 항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물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결국 무죄를 받은 것도 모자라 국가로부터 1억이 넘는 형사보상금을 지급받는다는 기사를 봤을 때 느꼈던 허무함과 무력감, 분노가 다시금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결국 극 중 서동재 검사는 면직 처분을 받게 되지만, 부패와 각종 비리로 인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소수의 검사들과 함께 현직 비리 검사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TF 팀에서 활동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재미있는 설정이다.
누가 누구를 단죄하는가?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리고 심판하던 이들이 비위로 인해 합당한 처분을 받은 뒤 또 돌고 돌아 누군가를 다시 감시하는 사회.
상대방의 잘못에는 칼을 겨누고 정의 구현을 외치지만 우리 집단의 잘못은 눈감아주고 모르쇠 하며 시시비비조차 가리지 않는 집단.
타인의 티끌은 쉽게 지적하고 손가락질하면서 나의 잘못에는 한없이 관대한 개인.
최근 몇 년간 보고 듣고 느꼈던 이 사회의 모순을 이 드라마의 최고 빌런이 무겁지 않게 꼬집어준다.
"까불지 마. 타이틀만 다르지 너나 나나. 누가 누구를 단죄해! 무슨 자격으로!"
*사진출처: TVING 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