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만에 끝내는 공황장애 치유법] 김영화 | 메이트북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었다. 지하철 역사 내 계단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핑- 어지러워 가던 걸음을 멈췄다.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간헐적으로 살짝 어지러운 느낌이 들긴 했지만 자고 일어나면 다음날은 또 괜찮아졌다. 그런데 이런 날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고 일어나도 어지러움이 지속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에서 오전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쓰러질 것처럼 눈앞이 캄캄하고 머리가 핑 돌았다. 놀란 마음에 병원으로 가 각종 어지럼증 검사와 안진검사, 뇌혈류초음파, 심전도검사, 자율신경계 검사 등을 받았고 자율신경 실조증, 전정성 편두통 진단을 받았다. 나이가 지긋하신 의사 선생님은 색연필로 종이에 이렇게 적어 내려가시고는 안경너머로 나를 쳐다보시며 물으셨다.
"이 중 본인은 몇 개나 해당됩니까?"
요인)
1. 스트레스
2. 수면부족
3. 커피
4. 운동부족
"다 해당되는데요.."
"젊은 사람이 다 해당되면 어떡합니까. 생활습관이 문제예요."
정상적인 사람은 몸 안에서 교감신경과(화가 나거나 긴장할 때 나타남) 부교감신경이(휴식할 때 나타남)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나의 경우는 긴장할 때 향상되는 교감신경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뇌가 계속 피곤한 상태에 머무르며 몸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 않고 몸과 뇌가 계속 예민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난 혈압도 낮은 편이라 어지럼을 더 심하게 느끼는데, 몸이 긴장상태라 평균보다 심박수도 높아서 굳이 비유하자면 빈 깡통차에 엔진만 요란하게 켜고 달리는 꼴이라고 했다. 실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실제로 실신 전 전조 증상이니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태껏 큰 병 없이 잘 살았는데 갑자기 실신 전 전조 증상이라니요...?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생각하다가 뭐라 대꾸할 말이 없어 잠자코 고개만 끄덕이고 있는 나에게 진지하게 또 한마디 물어보셨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요? 일은 계속해야 하는 거죠? 잠깐 쉴 수는 없는 건가?"
"요즘 세상에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지만 나의 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나 보다. 하루 걸러 한 번씩 두통과 어지러움이 계속되는 생활이 몇 달째 지속되다 보니 삶의 질이 매우 떨어졌고, 특히나 사람이 많이 붐비는 지하철과 식당에서는 그런 증상이 더 악화되는 기분이 들면서 갑자기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오곤 했다. 출근길은 나에게 아주 고역이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눈이 부신 느낌이 들어 더운 여름에도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눈을 감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얼른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정성 편두통 환자는 빛과 소리에 민감하다고 하여 내가 더 그렇게 느낀 것 같다. 하루하루 내 몸을 갈아 출근하는 기분이었다.
그리하여 요즘 내 관심사는 편두통 치료, 영양제, 명상, 요가, 이완, 휴식이다. 양방과 한방을 가리지 않고 홍보나 정보 목적으로 병원에서 작성한 블로그, 편두통에 시달린 이야기를 책으로 발행한 브런치 작가님,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남긴 증상과 치료 후기, 의사들이 발간한 관련 도서들을 닥치는 대로 읽는 중이다.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심한 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공황 발작 초기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 이도 있었다.
편두통과 공황장애는 자율신경계 이상을 공유한다. 둘 다 교감신경 과항진 + 부교감신경 불균형이 핵심 특징이다. 공황발작은 말 그대로 교감신경이 폭주하는 것이고 편두통은 발작 전에는 교감신경이 향진되었다가 발작기에는 부교감신경이 과활성 된다. 그래서 이 둘은 세트로 나타나기 쉽다.
실제로 비상시에만 먹도록 내가 처방받은 약에도 항불안제가 있는데 긴장, 불안 같은 자율신경계 과민 반응을 완화하여 불안장애를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신경과에서 항불안제를 처방받기 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뛰더니 과호흡이 오고 앞이 뿌옇게 보여 도망치듯 황급히 내려 집으로 돌아간 적이 있었다. 그때 나도 공황 발작 같은 초기 증상을 느꼈는데 한 번 그 증상을 느끼고 나니 어지러움이 심한 날은 지하철을 타는 것이 무서웠다. 사실 4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마음이 편하진 않다. 그저 스스로 괜찮다고 되뇌며 지하철에 몸을 싣는데 '이렇게까지 출근해야 하나'하고 가끔은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몸이 힘들다고 외치고 있는데, 내가 나를 너무 돌보지 않는 것일까.
직장에는 한 달이라도 좋으니 병가로 무급휴가를 쓸 수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사규에 그런 항목이 없어서 익스큐즈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이 돌아왔다. 근 10년을 일한 회사인데 한 달도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말이 돌아오니 그저 회사의 부품이 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급한 대로 내 정신건강과 생존을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한 달 만에 끝내는 토익책은 봤어도, 6주 만에 끝내는 공황 치유법이라니?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빨리 이 병에서 졸업하고 싶어서 책을 정독했다.
공황장애는 극심한 불안과 함께 두통, 현기증,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우발적, 발작적으로 나타나며 발작이 오면 환자는 행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아래 항목에서 지난 1년간 4가지 이상을 경험했다면 공황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한다.
[공황장애 진단법]
1)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심장 박동 수가 증가한다.
2) 숨 가쁜 느낌이나 숨 막히는 느낌이 있다.
3) 가슴이 답답하거나 가슴에 통증이 있다.
4) 현기증이나 어지러움을 느낀다.
5) 머리가 띵하고 아픈 느낌이 있다.
6) 몸이 떨리거나 전율이 느껴진다.
7) 갑자기 땀이 난다.
8) 복부가 불편하고 토할 것 같다.
9) 몸이 찌릿찌릿한 이상감각을 느낀다.
0) 이러다 죽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든다.
1> 긍정적인 자기 암시로 생각 전환하기
실제로 한 번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어쩌지. 온몸에 힘이 빠지고 너무 어지럽다. 이러다 곧 쓰러질 것 같아. 쓰러지면 사람들이 119에 신고해 줄까? 아침이라 다들 바빠서 모른 척하고 가면 어쩌지. 요즘 응급실 뺑뺑이가 사회적 이슈인데 내 자리가 있을까.' 하는 별의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호흡이 시작되며 컨디션이 급격히 더 나빠지기 시작하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신과 전문의인 작가의 말에 따르면 공황장애 환자들이 느끼는 신체 증상은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어서 '죽을 것 같다, 쓰러질 것 같다'라는 비합리적인 생각을 '이건 일시적인 거야. 공황 발작은 뇌 경보 장치의 오작동일 뿐이야. 잠시 스트레스 반응이 강화된 것뿐이야. 생명에는 영향이 없고 신체 증상과 불안은 내가 다스릴 수 있어' 등의 긍정적인 자기 암시로 생각을 전환하게 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불안과 관련된 자기 사고방식이 어떤지 자신을 살피고 그 생각 자체로 스스로 불안을 만들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자신과 긍정적인 대화를 해서 생각을 바꾸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이때는 짧고 간결하며 긍정적인 말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가슴이 조여와서 불안해질 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야” 대신 “나는 두려움을 견딜 수 있다”라고 해야 합니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나는 지하철을 편안하게 탈 수 있다”라고 자신에게 말해야 합니다. 불안이나 공황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건네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갑자기 가슴이 뛰고 혈압이 오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나는 심장마비가 와서 죽게 될 거야’라는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이는 자신에게 부정적으로 지시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이것은 공황증상일 뿐이야. 가슴이 뛰는 것은 불안해서 생기는 증상이고 가슴이 뛰어서 더 불안해지는 것이야. 나는 이런 증상을 잘 견뎌낼 수 있어’라고 긍정적인 자기지시로 바꾸어야 합니다.
2> 횡격막 호흡법
약물이나 생각의 전환 말고도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호흡법 유지하기가 있다. 이건 한의원에서도 배운 방법인데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걸 보니 꾸준히 하면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한의원에서는 내가 남들보다 숨을 얕게 쉰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의식해서 깊이 호흡을 하려고 하니 들숨보다 날숨을 지속하는 것이 힘들었다. 호흡량이 딸리는 것일까. 공황이나 불안장애가 있으면 얕고 거친 호흡을 하는데 이러한 습관은 상대적으로 몸에 이산화탄소를 부족하게 하여 실신감이나 어지러움을 불러온다고 한다.
따라서 긴장이 심할 때는 날숨을 더 길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니 기억해 두자.
숨을 들이쉴 때보다 내쉴 때 더 길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호흡은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종되지만 한편으로 의지에 의해 조절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불안해서 심장박동 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오른다면 느린 호흡으로 심장박동을 줄일 수 있습니다. 편안한 상태에서 들숨과 날숨이 1분에 8회 정도 되도록 천천히 깊은 호흡을 합니다.
• 횡격막호흡하기: 오른손은 아랫배 위에 올리고 왼손은 가슴 위에 올린다. 올바른 횡격막호흡을 하면 들숨을 할 때 오른손이 왼손보다 더 올라가야 한다.
• 배를 풍선처럼 부풀리기: 아랫배가 풍선처럼 서서히 부풀어 오른다고 상상하며 숨을 들이쉰다. 숨을 내쉴 때는 풍선에서 바람이 서서히 빠진다고 생각한다.
• 양손을 아랫배 위에 올리기: 양손을 아랫배 위에 대고 호흡하면 손의 무게로 호흡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숨을 들이쉴 때 배를 살짝 누르면서 압력을 느끼면 횡격막호흡이 더 쉬워지기도 한다.
횡격막호흡
사람의 몸 안에는 숨을 쉬는 폐와 맞닿아 있는 횡격막이 있습니다. 우리는 횡격막의 움직임을 느낄 수는 없지만 횡격막은 신체의 복근과 등 근육 등의 수의근을 통해 조절하는 게 가능한 기관입니다. 아랫배가 나오도록 횡격막을 조절해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폐활량도 늘어납니다. 횡격막호흡은 이러한 원리로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의 양을 늘리는 것입니다. 횡격막호흡은 들이마실 때 아랫배가 충분히 나오게 되면서 횡격막이 아래로 당겨져 하복부뿐 아니라 서혜부와 뒤쪽 등까지 팽창하는 호흡입니다. 숨을 내쉴 때는 아랫배가 수축되면서 횡격막은 다시 올라가게 됩니다.
호흡은 무의식적인 행동이라 평소엔 내가 어떻게 호흡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단 한 번도 신경 써본 적 없었는데 한 번 과호흡을 경험해 보니 미리 대처방법을 알고 대비를 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번 아파보니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지나쳤던 소소한 일상의 평화와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행복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학업, 병영, 육아, 취업, 실직, 이혼, 사별, 질병 등 사람들은 살면서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다만 이를 어떻게 유연하게 극복하고 넘어가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것은 흘러가기 마련이다. 떠안을 수 없는 것은 보내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정해두고 온전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그런 의미로 나는 이제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그날의 감사한 일 3가지를 되새기면서 하루를 마무리해 볼 참이다.
아무리 팍팍한 하루라도 감사한 일 3가지쯤은 있는 하루를 살아가리라.
다시 편안한 일상을 되찾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