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도와 준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

by 영우천사
논술 시험 하면 아빠를 빼 놓을 수 없다.
내가 대학 입시를 위해 봤던 논술에는 아빠의 도움이 상당히 컸다.


아빠는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아빠는 유독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는 정말 철저하고도 엄격하게 준비를 한다. 평소에도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거의 30분에서 1시간 전에 준비를 마쳐놓으시는 분이다. 이번 논술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도 아버지의 준비는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KTX 예매가 한 달 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예약이 열리자마자 논술 시험날 타고 갈 KTX 예약을 미리 끝내 놓으셨다. 실제로, 논술을 같이 보러갔던 학원 친구는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왔으니 고생이 훨씬 클 것 같았다.


내가 실질적으로 서울에 상경해서 무언가 큰 일을 하는 것은 논술 시험이 처음이었다. 평생 광주를 벗어난 적도 없을 뿐더러 가끔 친척을 비롯한 주변 가족의 경조사를 챙기는 경우에 수도권을 가는 경우는 있어도 내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녀오는 구성원 하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프로세스를 아빠가 준비해 주셨기 때문에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 정말 가방이랑 공부할 준비만 하고 다녀오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중앙대 논술을 볼 때는 날씨가 좋지 않았다. 11월의 마지막 일요일로 기억을 하는데, 날씨가 다소 흐리기는 했어도 비 예보가 없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나니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당시에 우산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시험을 보는 동안 우산을 사가지고 오셨다. 가까운 곳에 우산을 구매할 곳이 없어서 저 멀리 아래에 있는 편의점까지 가서 사오셨다고 했다. 눈비를 다 맞았을 아빠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더라...


재수학원의 논술 특강은 E 선생님께 수업을 받았다. 실질적으로 한양대 논술 준비하는 시간 하루, 중앙대 논술 준비하는 시간 5일이 있었다. 5일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E 선생님의 논술 교정과 첨삭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멸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키워드를 잘 잡아서 정갈하게 써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하셨다. 논술 시험이 문장력이나 글쓰기 실력 그 자체 보다는 해당 문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평가자가 원하는 내용을 맞추는 시험이라는 점을 가장 명쾌하게 일깨워준 문장이었다. 특히 나한테는 이러한 점이 아주 중요했다.


나는 평소에 글을 쓰거나 과제를 할 때 정말 길게 생각하고 생각의 정리가 끝나면 거의 한 호흡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글을 쓰는 스타일이다. 이러한 글쓰기 스타일은 잘 풀릴때는 매우 흐름이 좋고 탄탄한 글이 완성되지만 잘못될 경우 주제나 맥락에서 완전히 이탈한 글이 탄생하는 경우가 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스타일 대로 잘 풀리면 글이 좋은데, 맥락을 잘못 잡으면 광탈할 수도 있는 글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수업이 끝나고 집에서 연습하는 과정에서는 최대한 글의 핵심을 잡는 연습을 중점적으로 했었다.


또 다른 나의 글쓰기 스타일은 미괄식이다. 글을 쓸 때 빌드업을 쌓아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성격이라 대체로 내가 하고 싶은 주장이나 말은 중간이나 끝에 위치하게 된다. 나를 지도하셨던 E 선생님은 미괄식은 논술 시험에서 별로 좋지 않다고 하셨다. 그래서 논술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두괄식으로 문체를 바꿔보려는 시도를 하긴 했다. 그런데 억지로 두괄식으로 글을 만들려고 하니 더 엉망이 되었고 선생님께서는 결국 미괄식으로 써서 최대한 잘 쓰자고 하셨다.


논술 단기 특강에서 E 선생님께 지도를 받은 덕분에 합격의 가능성을 꽤 올렸다고 생각한다. 논술 시험이라는 것 자체를 전혀 모르던 상황에서 최대한 시험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가장 핵심적이고 쉽게 시험의 핵심을 관통하도록 도와주셨다.


마지막으로, 같은 학원을 다녔고 논술 특강을 들었던, 한양대 논술과 중앙대 논술을 같이 본 친구가 있었다. 지원했던 학과 학부가 같았기 때문에 중앙대에서는 같은 시험장에서 시험을 봤다. 뭔가 미묘하게 마음이 놓였다. 결국 그 친구와 같이 합격했다. 그 친구에게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2018년에는 서울에 가서 시험을 보거나 뭘 해 볼 기회도 없었지만, 2019년에는 논술 덕분에 서울에 상경해서 입시라는 것을 체험했다.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제대로 시험을 보지도 못했을 것 같은데 나를 도와주셨던 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편, 12월 4일 수능 성적표가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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