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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담 May 31. 2024

육아 그릇의 크기


뱃속의 아기가 한명이 아니라 두명인 것을 알았을 때, 나와 남편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감조차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씩 정신을 차리면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 집은 너무 좁지 않을까? 차를 큰차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두명이 벌어서 세명의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내가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들은 (그동안 그래왔듯) 어떻게든 해결 될 터였다. 하지만 문득 든 중요하지 않아보이는 질문이 꽤 오랫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았는데 그건

“내 사랑의 그릇은 어느정도 크기인가?” 였다. 


가족/친구가 전부인 유년기를 지나, 남편이란 존재의 비중이 커진 신혼을 지나, 첫째를 낳고나서 사실 나의 관심과 사랑의 대부분은 첫째를 향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세상의 전부인 그 존재에게 나는 그 세상이 되어주어야 했기 때문에, 라고 남편에게 변명해본다. 


하지만 아이가 셋이 된다면? 나의 마음을 줄 곳이 너무 많아진 느낌이다. 내 그릇이, 내 사랑이 그렇게 커질 수 있을까? 나의 가족/동반자에게 또는 첫째에게 가던 나의 관심을 그대로 둘째 셋째에게 나눠주어서는 안될것이다. 나의 절대적인 시간은 N분의 1이 되겠지만, 내 아이들에게 가는 사랑이 N분의 1이 되서는 안될것이다. 


내 그릇의 크기가 커져야한다. 아이 셋을 다 담고도 남을만큼. 

어쩌면 이게 집과 차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보다 더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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