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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담 May 31. 2024

애정과 혈액으로 연결된 사이

임신 31주, 아이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족 다 같이 놀러갔다가 아이가 팔 골절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아이의 부주의라고 하기엔, 잘 관찰하지 못한 부모인 나의 불찰이 더 컸음은 명백하다. 


새벽에 정신없이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달려가, 

코로나로 병실에는 보호자도 1인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속에서,

졸려하는 아이를 깨워 마취없이 뼈를 맞추고,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소리를 들으며 버둥대는 아이를 내 힘으로 누르고 있던 그 시간은, 

아마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있게 될 것 같다. 


네시까지 이어지는 끝없는 엑스레이, 만삭의 몸이지만 마음 편히 앉아있을 수도 없었다. 

부디 아이는 이 고통을, 금방 잊기만을 바라본다. 


그렇게 아이는 7월, 8월을 보냈다. 

어린이집엔 8번의 물놀이가 예정되어 있었고, 그때마다 참여하지 못해 안타까워할 아이를 생각하며 일찍 하원했다. 단지내에도, 집 뒤의 계곡에도, 옆동네에도... 원래 이렇게 물놀이할데가 많았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물놀이 삼매경에 빠져있을때, 나와 아이는 집에서 책을 읽고 영화를 봤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8월말이 되자 남편이 뒷목이 아프다며 평소엔 잘 가지도 않던 병원을 가서 물리치료와 주사를 맞기도 했고, 산달이 가까워온 나는 손가락과 손목 고통이 심해져서 정형외과에서 의료용 보호대를 처방받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다 연결되어있어. 엄마랑 아빠가 너를 낳았으니 당연하지


아이에게 종종 해주었던 말이다. 애정과 혈액으로 연결된 사이. 

그 고리의 강한 힘을 느꼈던 그해 여름. 


3일 후면 내 배속에 있는 아이 두명을 만날 수 있게된다. 

최근 겪어온 일련의 사건들이, 부디 액땜이 되어 건강한 아이가 나올수 있기를. 

그리고 그들도 무사히 우리와 연결되어, 슬플때나 행복할때 항상 함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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