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테이 호스트를 하기엔 꺼려지는 조건들 "밥"
내가 홈스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주변에서 알게되면 거의 대부분 관심을 갖는다
신선한 경험과 문화적 교류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영어를 이유로 말이다
자본금이 드는 것도 아니요 초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라서 누구나 쉽게 시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이 두려운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밥" 이다
사실 나도 밥이 걱정이였다
모집 조항에 보면 아침, 저녁 제공이라고 떡하니 적혀있는데 그 글귀가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요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요리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도 요리 안좋아하는 엄마를 만나 한 그릇 밥 먹기 일쑤인데 먼 타향에 온 학생을 매일 그렇게 먹일 수도 없고 또 매번 똑같은 밥과 반찬을 놓을 수도 없고 말이다
처음 우리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된 에스더에게 초기에는 진수성찬을 차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요리를 잘하지 못하니 반찬가게와 반조리 식품들을 총 동원하여 8~9가지 반찬을 셋팅했고 국도 다양하게 준비해두었다
아침에 갓 지은 밥이 맛있으니 밥은 항상 예약을 걸어두고 예전보다 30~1시간씩 일찍 일어나 심여를 기울여 밥을 했다
하지만 밥과 반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학생이여서 그런지 반찬에 손길이 가기 보다는 본인의 밥과 국만 뚝딱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 에스더 다음으로 우리집에 오게 된 요케도 마찬가지였다
밥과 국은 퍼주는 대로 싹 비어내는 반면 반찬은 거의 손도 안대는 경우도 많았다
외국에 오래 거주해본 직장동료에게 물어보니 외국은 반찬이라는 문화가 없어 그럴수 있다했다
과연 이 반찬의 가짓수를 위한 나의 고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때부터였다. 반찬의 가짓수를 많이 해서 풍성하게 차린 것처럼 보이기 보다는 좋아하는 반찬들 위주로 임팩트 있게 차리는 걸로~
또한 내가 출근을 해야 하는 (거의 화,수) 경우에는 토스트로 아침 식사를 대체했다
토스트가 아침으로 나오는 날에는 우리 아이들도 매우 좋아했다
에스더는 바쁠때면 잼을 야무지게 발라 가져가겠다며 한 손에 들고 나가기도 했다
퇴근이 늦거나 마땅히 먹을 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배달음식도 자주 이용했다
김밥, 떡볶이, 피자 등 메뉴는 그때마다 달랐는데 이런 다양한 메뉴가 모두 배달이 되는 것을 신기해했다
(역시 우리나라는 배달의 민족이 맞다...)
그렇게 점점 음식을 간결하면서도 빠르게 하는 방법을 나도 터득해 갔고 우리집에 오는 외국 학생들도 조금씩 한국 음식에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안되는 건 없었다 특히 총알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온갖 배송이 쉬운 한국에서는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요리 안좋아하는 내가 음식을 차릴 수 있었던 건 모두 너희들이 잘 먹어줘서였다
잘 먹어주기만 한다면 언제까지고 차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