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내어주고 다양성을 얻었다
어느 방을 내어줘야 하는지는 나에게 쉬운 과제였다
네 가족임에도 막내는 너무 어려서 독립적인 자기 방이 필요 없는 시기이기에 언제나 한개의 방은 방 주인없이 어쩔때는 서제로 어쩔때는 운동방으로 또 어쩔때는 옷방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섞이 짐들을 조금만 정리한다면 누군가에게 내어줄 훌륭한 방 하나는 탄생할 거라 믿었다
가장 걱정은 어떤 방을 내어줄지가 아니라 내 마음의 방을 내어주는 일이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가족이외에 다른 구성원과 살아본적은 없다
그런데 무려 말도 안통하는 낯선 외국인이라니...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한담?
거기에 더 걱정되는 것은 습관!
내가 참기 힘든 습관이 우리집에 온 외국 학생에게 있을수도 있고 그 학생이 받아들이기 힘든 습관이 우리 가족에게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더욱이 홈스테이는 더 어렵겠다란 생각만 가득했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먼 타국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의 집에 들어가려고 용기를 낸 사람은 바로 내가 아닌 그 학생이고
나는 분명 어떤 환경도 변하지 않고 내 집에서 사는 거지만 환경이 변하여 뭐든 참고 지내야 할 사람도 바로 그 학생이다
우리보다 더 힘들사람도 내가 아닌 집을 떠난 그 학생이였다
부딪히기 힘든 습관이 있다면 함께 해결해 나가면 되고 언어도 정 안되면 우리에겐 파파고가 있었다
이런 나의 생각 변화로 우리 아이들은 소워이였던 언니를 얻게 되었다
처음에 왔던 에스더는 혼자 있고 싶을때는 언제나 방 문을 잠그고 있었다
처음엔 방문을 잠그는 행위가 선을 긋는 느낌이여서 싫기도 했는데 딸깍 방문이 잠기면 우리 아이들도 더이상 에스더를 귀찮게 굴지 않았다. 에스더가 필요할때는 똑똑 노크를 하게되었고 그렇게 각자의 공간을 지켜주게 되었다
요케는 조용히 통화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는 경우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방문을 닫고 지내지 않았다
방안에 있을때도 조금씩 방 문을 열어 놓았는데 그건 누구나 방에 들어와도 된다는 사인이였다
아이들은 자기가 만들던 것을 갖고 들어가 보여주기도 했고 또 방 안에 들어가 쉽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쓰레기 처리 방법도 달랐다
에스더는 방에 작은 쇼핑백을 두고 그 곳에 쓰레기를 모으다 한 번에 배출하는 반면
요케는 쓰레기가 나올때마다 현관 앞에 있는 쓰레기 통에 직접 가서 버리곤 했다
이렇게 어느 학생이냐에 따라 각자의 행동들이 달랐고 그에 따라 우리 가족의 행동도 다양하게 변화했다
만약 내가 계속 두려움으로 쌓여있다면 어땠을까?
이 즐거운 만남과 경험을 하지 못했을걸 생각하면 용기를 낸 내 자신에게 뿌듯해진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멋진 언니들을 안겨준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