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쓴잔
도배도 되지 않아 까슬까슬한 시멘트가 그대로 보이는 어린이집은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무식하면 용감하기라도 한 우리는 원장님을 얻었다는 든든함으로 이제는 원아모집에 도전하기로 했다
아직 정식인가도 받지 않았고 간판 하나 붙어있지 않으니 이런 어린이집이 있는지 아무도 모를터
공사중인 어린이집에서 원아모집 설명회를 할 수는 없기에 근처 아파트 단지 게스트하우스를 빌려 강행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쓰지?”
평소에도 하루에 90% 이상을 제안서 쓰는 행위와 파워포인트에 끼적이기로 사용하는 내가 호기롭게 PT 준비를 하기로 한 것은 또 바보 같은 나의 실수였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보내면 이렇다~~ 이런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나 조차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 상황을 어찌 PT로 발표한단 말인가...
그렇게 나는 기업 제안서 보다 더 어려운 PT를 받아들고 머리를 쥐어뜯고 발등을 쳐 가며 산고의 고통 속에 어찌어찌 준비를 마쳤다
“도와주세요 눈사람”
자료는 만들었으되 이제 말하는 것이 문제로다
경험을 살려 자신감 있게 말해도 될까 말까 할텐데 살릴 경험도 자신감도 없는 우리는 경험 많은 눈사람에게 의지하는 것만이 살길 이였다
그렇게 노련한 눈사람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누구라도 들어와라 간절히 바라옵고 빌었지만 결과는.... 단 한명의 아이들도 가입원서를 쓰지 않은 참담한 상황과 마주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아직 공사중이라 도저히 실체를 알 수 없는 어린이집 건물
반 구성도 되어있지 않고 있는거라곤 딸랑 원장님 한분 거기에 무려 아직 비인가라서 정부 보조금도 받을 수 없는 그런 상황에 누가 자신의 아이를 보낸단 말인가 (나라도.. 안보냄 한표..)
정식 인가를 받으려면 아이들을 11명 이상 모집해야했고 아이들을 11명 이상 모집하려면 교사회가 구성되어야했고 이 풀리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굴레 속에 들어오기엔 아마도 너무 큰 모험일게 분명하다
설명회가 끝나고 모두 돌아간 그 텅빈 자리에서 우리는 대책 회의를 했다
누군가는 눈물을 글썽이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모두 무덤덤하게 빵을 뜯어 먹은걸 보면 다들 결과를 어느 정도 짐작하긴 했나보다
어린이집 설립 준비부터 함께한 아이들은 총 10명
그 중 9월 개원부터 함께할 수 있는 아이들은 고작 7명
아직 비인가 이기에 정부 보조금도 없으니 매달 들어갈 비용만해도 부모에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우린 무엇보다도 큰 결단이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