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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욱 Jul 10. 2023

좋은 PM은 '퍼즐'이 아닌 '미스터리'를 해결합니다.

새 시리즈를 시작하며

새로운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주제의 글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사실은 '새롭다'는 의미보다는 저의 책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에서 다 하지 못했던 내용을 다루어 보려 합니다.

새 매거진의 이름을 어떻게 정할까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향후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진행 중인 작업이나 이벤트를 의미하기 위해 "The Uncompleted: 프로덕트 매니지먼트"로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뭐라고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의 완성형, 완료형이라는 의미를 만드는 '오만함'을 경계하고자 그냥 아는 것, 경험한 것을 설명, 해설하고자 "explained-해설하다"라는 제목을 선택하였습니다.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제 책에 있는 내용을 인용하는 부분이 꽤 나올 겁니다. 거기에 새로운 주제를 넣을 수도 있고, 좀 더 심화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책 내용을 단순 반복하지는 않을 예정이라 읽고 오시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늘 여러분들과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고 경험을 나누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 과정에는 저도 맞지 않고,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많겠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피드백, 크리틱 모두 환영입니다. 그래야 '나아감'과 '나아짐'을 함께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자~ 이제 새 시리즈의 첫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1.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

고도화된 사회의 전문가 일 수록 일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는 그가 얼마나 '문제 해결'에 익숙하냐에 있습니다. IT산업에서의 CTO, CIO, 개발자, 기획자, PM, PO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제약 조건하에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사용합니다. 가용 가능한 리소스, 예산, 타임은 대표적인 현실 세계의 제약 조건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초기 단계에서는 '조사'나 '분석'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런 조사, 분석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숫자로 가득한 스프레드시트, 색색깔의 차트, 늦은 야근과 같이 스트레스가 생기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생각만해도 복잡한 스프레드시트의 예

또한 분석은 일반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분석의 정의는 매우 간단합니다.  내가 가진 비즈니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데이터를 현명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PM이 궁극적으로 본인의 프로덕트/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 경우입니다.

1. 고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2.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두 가지 모두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치 있는 목표이며, 여러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문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PM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때 정확히 그것을 '왜'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우리는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싶지만, 데이터를 보는 사람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정말 그 데이터의 숨은 의미를 찾고 있는 것일까요? PM은 그것이 '왜'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했나요?

데이터는 평면적으로 2차원으로만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수많은 3차원 팩터들과 함께 동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문제 인식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문제 유형부터 알아야겠습니다.



2. 퍼즐과 미스터리

책의 서문에서 소개한 '퍼즐'과 '미스터리'에 관한 주제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빠르게 두 가지 범주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15년전의 글이지만 저에게는 꽤나 울림있게 다가온 글이 있습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위원장인 그레고리 트레버튼(Gregory F. Treverton)은 이 글에서 정부 정보 분석가들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2.1 퍼즐

그중의 첫 번째 유형의 문제를 '퍼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로세로 낱말 퀴즈나 스도쿠를 합니다. 이런 종류의 문제를 풀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퍼즐을 푸는 사람의 두뇌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빈 상자 사이의 질서 정연한 싸움에는 정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퍼즐은 답이 있는 문제입니다. 그 문제를 풀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 주체의 능력과 경험이 우선될 수는 있지만, 반드시 그 틀 안에서 답은 존재한다는 정의는 바뀌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수많은 퍼즐을 풀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가장 많은 경험이 학교를 다닐 때 풀었던 객관식 시험문제였을 겁니다. 또는 오늘 목적지를 정하고 가는데 어떤 교통수단을 어떻게 이용하고 어디서 갈아타는지에 대해서도 풀어왔습니다. 그것이 퍼즐입니다.


트레버튼은 냉전 시대 소련의 군사력을 예로 들었습니다. 미국은 소련이 얼마나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거기엔 몇 기, 몇 대라는 답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2.2 미스터리

다른 유형의 문제는 '미스터리'입니다.

이것을 풀어가는 과정은 퍼즐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미스터리는 답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답이 없는 스무고개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여러 요소의 상호작용에 따라 그 방향이 달라집니다. 미스터리는 정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중요한 요소를 빠르게 파악하고 과거의 상호작용과 미래 변화에 대한 감각을 적용함으로써 틀을 잡아 진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즉, 미스터리는 모호함을 정의하려는 실제에 접근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미스터리는 해답을 찾기 위해, 틀을 짤 뿐입니다.


트레버튼은 미스터리의 예로 테러리즘을 듭니다. 소련의 무기와 달리 정보 당국은 테러리즘의 원인과 목표를 명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정량화하거나 측정하거나 즉시 해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알케이다의 911 테러가 그런 미스터리의 대표적인 예가 됩니다.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미스테리는 서울 강남의 부동산 문제같은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부동산의 문제가 아니죠. 교육, 교통, 경제, 정치등과 모두 엮여 있는 미스테리와 같은 형태의 문제입니다.


최근의 소프트웨어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미스터리’에 접근하는 방법과 비슷합니다. 예전에는 사용자의 필요가 정답이 있는 퍼즐형으로 매우 단순했으나, 이제는 그 필요성이 매우 복잡하고 구체적인 수준을 넘어 그들의 환경, 도구, 일하는 습관, 문화적 배경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여기에 블록체인, 메타버스,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은 사용자의 필요성을 더욱 다원화시키죠. 즉 하나의 답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미스터리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즉 두 가지 유형의 문제의 차이는 해결 가능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퍼즐은 단어 찾기처럼 답이 있지만 미스터리는 우발적인 요소가 많고 더 많은 사실 수집보다는 더 많은 분석을 통해 해결됩니다. 사람에 따라서 답이 있는 퍼즐을 더 선호할 수는 있지만, 세상이 발전할수록 생활에서는 더 많은 미스터리가 생성되고 우리는 그것을 마주하게 됩니다.


2.3 문제 분류하기

위에서 프로덕트 매니저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문제는 '고객을 더 잘 이해하기'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퍼즐일까요, 미스터리일까요? 다시 말해, 고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답은 분명 하나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경우,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그것이 한정되어 있고 잘못 세팅되어 있을 수 있기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특정 문제는 퍼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퍼즐은 데이터를 추가함으로 해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인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은 어떨까요? 퍼즐인가요, 미스터리인가요?

이 문제는 틀이 너무 큽니다.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프로덕트를 만들어야 하나요? 새로운 기능을 넣어야 하나요? 그것을 알기 위해선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그 무엇을 특정화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이것은 미스터리로 느껴집니다. 이럴 때 무엇이 해결에 접근할 데이터인가를 프레이밍 하는 과정이 먼저 필요합니다.


2.4 퍼즐과 미스터리 풀기, 5개의 황금질문

첫 번째 문제인 고객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는 아마도 고객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기에 적절한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을 시작하면 됩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제인 새로운 수익원 창출은 어떤 데이터를 모아봐야 하나요? 아마 매우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방법은 시장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경쟁 제품을 분석하고, 제품 사례 연구를 읽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말 도움이 될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데이터가 수익원 창출을 위해 유용하다면 다른 누군가가 이미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매력적이지 않은 솔루션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은 해결하려는 것이 퍼즐인지 미스터리인지 그 유형을 평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 평가의 시작에는 다음과 같은 5개의 황금 질문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 나에게 이용 가능한 충분한 데이터가 있는가?

-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 그 데이터 소스는 신뢰할 수 있는가?

- 그 데이터를 이용하여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올바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가?

- 그 해결을 위해 나를 도울 수 있는 리소스는 무엇이 있는가?


반복하자면, 퍼즐은 "단순하고 사실적인 답"을 가지고 있으며 더 많은 정보를 얻음으로써 풀 수 있습니다. 미스터리는 이와는 달리 우발적인 요소가 많고 더 많은 데이터의 수집보다는 더 많은 다면의 분석을 통해 해결됩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문제는 퍼즐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너무 많은 정보, 상충되는 정보, 불완전하거나 사실이 아닐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는 냉철한 논리적 사고보다는 직관과 감정의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순수한 이성 이상의 것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성공하는 프로덕트’라는 미스터리를 풀어야 하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을 더욱 어렵게 하는 이유입니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사용하는 여러 도구, 규칙, 방법론과 프레임워크가 있고 이런 것들은 저의 책에서도 설명하는 주제입니다. 이것들을 이해하고 학습해야 할 필요는 있으나 그 자체가 프로덕트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사용자와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해하고, 측정하고, 평가하고, 적절히 통제함으로 나만의 프로덕트 레시피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2.5 감성지능

좋은 PM이 되는 덕목

위의 그림이 바로 좋은 프로덕트 매니저가 가져야 할 덕목을 피라미드의 모양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바로 가장 기저에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직면한 상황이나 문제를 다면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능력, 즉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능력을 제공해 주는 플랫폼입니다. 그 위에 새로운 것들에 대한 학습, 적절한 소통능력, 실제 프로덕트 매니저의 기술이 올라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책의 서문에서도 썼지만, 저의 책이나 다른 아티클을 읽는 간접경험만으로는 여러분이 마주한 ‘프로덕트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을 얻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어쩌면 그런 간접경험들은 그 미스터리를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생존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자극에 항상 긍정적으로 반응합니다. 어려움에는 많은 숨겨진 가치가 있고,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생존하고 있는지 이해한다는 의미이며, 그 안에서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의 성취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슐랭 셰프의 부엌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는 나옵니다. 그 쓰레기는 실패가 아닌 치열한 성공의 과정에서 나오는 성과물이고요. 프로덕트를 만듦에 있어 문제를 다면으로 보는 능력은 시행착오와 실수라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여러분의 프로덕트 레시피로 준비될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덕트의 가치는 온전히 사용자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미스터리를 멋지게 풀어낼 여러분의 노력, 땀, 치열함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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