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WWDC 2022에서 iOS16의 발표가 있은 후에 <애플은 찐 파괴왕: 30분 만에 20개 스타트업을 보내다> 제목의 글을 썼고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습니다. 같은 주제의 올해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혹시 지난해에는 어떤 앱들이 위협을 받았는지를 알고 싶으시면 작년 글을 참조해 주십시오.
6월 5일-9일까지 애플이 1년 동안 준비한 가장 큰 개발자 행사인 WWDC 2023이 열렸습니다.
역시나 iOS 17은 엄청 강력한 기능들을 무장하고 등장했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그 기능들에 열광하고 환호할 때, 저와 같은 PM은 다른 곳을 살핍니다. 어디서 본듯한 것은 아니었는지, 이 새로움이 어떤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파악합니다. 하지만 훨씬 긴장한 가운데 이 발표를 주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스타트업 대표님들이죠. 이 분들에게는 어쩌면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순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 스타트업에서 기업의 사활을 걸고 개발과 출시한 프로덕트가 비슷한 모습으로 애플이라는 거인의 주머니에서 나올 때, 아니 나온다는 발표만으로도 스타트업의 목줄은 조이고, 심호흡은 가빠지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사용하고 조사해 본바로는 iOS17에서도 많은 스타트업 제품들과 기능 중첩이 보입니다. 경쟁제품으로 명확하게 보이는 기능도 많습니다. 하나하나 정리해 보겠습니다.
iOS17 출시와 함께 Journal이라는 새로운 앱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iOS 최신 버전인 v 17.0.2까지는 아직 제공 되지 않지만 곧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앱은 내가 아이폰을 사용하며 일어나는 일상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온디바이스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쓰기 프롬프트를 제공합니다. 즉 위치, 음악, 운동 및 사진과 같은 다양한 소스로부터 데이터를 경험하여 새로 시도하는 태스크의 디폴트 제안 값으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이 앱은 하루의 시작 또는 종료에 대한 예약 알림 기능을 제공하여 새로 사용 가능한 제안에 대한 알림 및 알림을 작성합니다. 잘만 사용한다면 아주 똑똑한 비서를 여러 명 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염두에 두고 엔드투엔드 암호화 처리를 통해 사용자 항목을 보호하고, 사용자는 추가 보안을 위해 저널을 잠글 수 있는 옵션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기능은 어떤 기업의 목줄을 죌까요? 바로 직접 경쟁을 하게 될 것은 Day One이라는 기업의 대표 프로덕트입니다. iOS 세계에서는 꽤나 인기 있는 제품 서비스입니다.
데이원이 제공하는 주요 기능은 애플이 발표한 저널의 기능과 대부분 유사합니다. 뭐 거의 완벽하게 기능리스트가 일치한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아무리 데이원의 구독 서비스 비용이 월 3$ 정도로 저렴하다고 해도 나의 아이폰에 그 기능이 공짜로 들어온다면 특별히 데이원의 구독을 지속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물론 데이원이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는 아직 데이원을 대체할 기본 서비스는 없습니다. 이러한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한다든지, 수준높은 인쇄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다양한 템플릿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데이원의 각오는 좋지만 소비자 시장 그렇게 녹녹하게 움직일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런 저널링을 사용하는 고급사용자의 비중이 안드로이드 보다 아이폰이 높은 이유로 -데이원 앱의 인기는 iOS사용자에게 훨씬 높습니다- 고객 이탈이 빠르게 이루어지는것 아닐까 하는 전망을 해 봅니다.
이 저널링 기능은 작년 iOS16 발표에서 소개한 협업 캔버스 기능인 Freeform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iOS에서의 저널링 앱의 출시는 여러 개발자 커뮤니티의 아이디어를 채택한 것이기에 데이원과 같은 스타트업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애플은 현재 앱스토어의 반경쟁적 관행과 관련하여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만 결과야 몇년 후에나 나올지 전혀 예측하기 힘듭니다.
iOS 17은 자동 수정 기능을 크게 개선하여 사용자가 입력하는 동안 문법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합니다. 새로운 업데이트에는 향상된 단어 예측 및 문장 수준 자동 고침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정확하고 세련된 텍스트를 더 쉽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iOS 17은 OpenAI가 자체 언어 모델에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트랜스포머 모델을 활용하여 사용자가 키보드에 입력하는 내용을 학습하여 이름, 구문등 다음에 말할 내용을 더 잘 예측합니다.
이 시장은 언제부터인가 그래멀리 Grammarly라는 스타트업이 꽤나 시장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여전히 포괄적인 문법 검사 및 기타 고급 기능을 제공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iOS의 기본 개선 사항만으로도 일상적인 필요에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폰, 아이패드와 어쩌면 맥 사용자이 크게 Grammarly에서 이탈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물론 이 시장에는 Grammarly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통적인 강자들인 Quillbot, Prowritingaid, Wordtune과 같은 기업들이 용호상박 겨루던 시장이었습니다.
요즘 같은 시절에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능이 제공되었습니다.
사용자가 가족이나 친구에게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리고 싶을 때 유용한 체크인 기능이 도입되었습니다. 사용자가 체크인을 시작하면 사용자가 도착하자마자 친구나 가족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전송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경우, 디바이스의 위치, 배터리 잔량, 휴대폰 서비스 상태 등 유용한 정보가 선택한 연락처와 일시적으로 공유됩니다.
iOS 17의 체크인 기능은 단순한 위치 정보 공유를 넘어선 기능입니다. 종단 간 암호화를 통합하여 사용자의 위치 업데이트가 비공개로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보장합니다. 이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 기능은 데이터 보안이 잠재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타사 추적 앱에 대한 사용자의 우려 중 하나를 해결합니다.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에 중점을 둔 iOS의 강력한 기능 덕분에 사용자는 자신의 위치 정보가 신뢰할 수 있는 생태계 내에서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사실을 알고 안심할 수 있습니다.
체크인 기능은 메시지에 원활하게 통합되어 매우 사용자 친화적입니다. 사용자는 더 이상 위치 업데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여러 앱이나 플랫폼을 전환할 필요가 없습니다. 몇 번의 탭만으로 번거로움 없이 지정된 연락처에 실시간 업데이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통합은 사용자 경험을 더욱 간소화할 뿐만 아니라 네이티브 제품이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 관리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런 기능을 제공하던 스타트업 앱이 없을 리가 없죠.
이렇게 체크인 기능을 제공하는 앱 가운데 Life360과 Family360이 있습니다. 기능리스트는 이번 iOS17 체크인 기능과 완전히 겹칩니다. 아이폰의 사용자로서는 너무 좋은 뉴스인데, 이 기업에게는 이게 무슨 날벼락일까 싶습니다. 물론 안드로이드 생태계도 지원한다고 하지만, 어떤 위로의 말도 안 통할 것 같은 분위기일 게 분명합니다.
어쩌면 이번 iOS17에서 가장 애플, 아이폰다운 기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메시징을 많이 사용하는 젊은 층에게는 크게 매력적인 기능이 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사진이나 그림을 사용하여 자신만의 라이브 스티커를 만들고 재미있는 효과를 추가하여 생동감 넘치는 스티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기본 메시징 앱에서 직접 스티커를 맞춤 설정할 수 있고, 새로운 서랍을 통해 모든 스티커를 한 곳에 모아 쉽게 액세스 할 수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 그런 기능을 제공하던 비트모지 bitmoji , 모지톡 mojitok과 같은 서비스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는 편리함은 이런 서비스의 매력을 떨어뜨려 애플 디바이스 사용자들 사이에서 사용률을 떨어뜨리게 될것입니다.
iOS 17에는 아이폰이 가로로 충전 중일 때 멀리서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된 전체 화면으로 정보를 표시하는 스탠바이 StandBy 기능이 도입되었습니다.
스탠드바이 기능은 탁상용 탁자, 주방 카운터 또는 책상 위에 놓아두기에 적합하며, 아름다운 시계 스타일, 좋아하는 사진 또는 위젯을 표시하도록 맞춤 설정할 수 있으며, 적시에 적절한 위젯을 표시하는 스마트 스택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 활동, Siri, 수신 전화, 더 큰 알림을 지원하는 대기모드는 멀리서 볼 때 아이폰을 더욱 유용하게 만들어 줍니다. 맥세이프로 충전할 때 스탠바이 기능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화면을 기억합니다.
이런 작은 기능이 왜 필요할까 하실 텐데, 애플의 모든 프로덕트 전략과 정책은 차기 캐시카우를 정조준합니다. 바로 건강 헬스 관련이죠. 애플워치도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보시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의 이 대기모드 기능은 단순히 대기용 디스플레이를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 기능은 침대 옆 사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경험을 축적하기 위한 기능입니다. 즉 수면관리를 위한 포석으로 이해됩니다. 아마도 이 기능을 이용하여 워치와 연동하여 수면 관리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하는 기능들을 잇달아 제공할 겁니다. 사용자는 기본 아이폰 설정에 이미 편리한 기능이 있는데 굳이 별도의 수면 추적 앱이 필요한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능을 제공하던 스타트업 앱이 있었을까 싶긴 하죠?
수면 추적 앱들은 꽤 많은데 그중에서도 SleepScore, SleepWatch, Sleep++, Pillow, SleepCycle의 CEO들은 오늘부터 편안한 잠자는 건 틀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애플의 아이디어 수집은 동서고금을 넘어다닙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수도 있는데,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단기간에 엄청난 인기를 끌고 혁신의 대표쯤으로 사용되던 'Bump'라는 앱이 있었습니다. 두 개의 아이폰을 부딪히면 위치정보와 사용자 정보를 조합하여 전화번호나 개인프로필 정보를 교환가능하게 하던 앱이었습니다.
이 범프는 10년 전에 구글에 인수가 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이 기능이 이번 iOS17에서 네임드롭(NameDrop)이라는 기능으로 되살아 돌아온 것입니다. 물론 애플답게 훨씬 더 세련된 기능을 탑재하고 돌아왔습니다. 서로의 아이폰을 가까이 가져가면 연락처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고, 동일한 제스처로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SharePlay를 시작하여 근접한 상태에서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작년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이런 골리앗의 발표만으로 싸움이 끝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애플은 이미 잠재적인 고객 기반을 장악했기에 다음 버전에서도 꾸준히 이런 시도를 할 것입니다.
손 놓고 당할 수는 없습니다. 작은 기업일수록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요. 게임의 룰을 바꾸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피벗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훨씬 강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힘겨운 싸움이겠지만, 역사는 언제나 골리앗이 승리하는 일이라고 쓰여있지 않습니다. 스포티파이도 이겨냈고, 비메오도 살아남아 선전하고 있지요. 스타트업의 또 다른 혁신이 시작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 현장에서 땀 흘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