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많이 있겠지만, 지난주 9월 20부터 페이스북의 브랜드 디자인이 바뀌었습니다.
브랜드 디자인이란 일반적으로 해당 제품의 로고, 워드마크, 색상 팔레트, 타이포그래피, 리액션, 아이코그래피등을 통틀어 이야기합니다. 브랜드의 가장 상징적인 요소들을 이야기하죠. 같은 의미로 아이덴티티 디자인이라고도 부릅니다.
제가 SAP의 총괄 UX 그룹의 PM이라 조금 풍월을 읊을 수 있습니다.
먼저 무엇이 바뀌었나를 알기 전에 왜 이것이 중요하냐를 간단하게 설명드립니다.
페이스북 '올드 세대'들이 주 사용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매일 20억 명의 일일 활성 사용자(DAU)가 방문하여 자신의 관심사를 탐색하고, 사람들과 연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지상 최대의 공간입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연결하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찾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험을 탐색하는 활동을 통해 주변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런 소셜미디어로서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주고받는 모든 상호작용은 앱을 열었을 때부터 닫을 때까지 페이스 북뿐만이 아닌, 우리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이 경험이 '습관'이 되어 '편안함'을 만들게 됩니다. 이 변화의 뒷 배경에는 브랜드의 가장 상징적인 요소를 강화하여 독특하고 새로워진 브랜드 문화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덧붙여 프로덕트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통해 구매로 연결될 수 경로를 모두 같은 경험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도 숨어있고요.
예를 들면 좋아요, 싫어요를 표현하는 리액션 아이콘을 선택하는 경우 처음 나타나는 '엄지 척 파란색 아이콘'은 처음에, 화나요의 붉은색 아이콘은 맨 오른쪽 마지막에 나타나는 게 '정상'이라고 습관이 드는 겁니다. 이런 경험에 익숙해지면 순서가 다르게 표현되는 앱이나 화면을 보았을 때 불편하고 표준이 아니라는 심리적 거부감이 생기게 됩니다. 간단하지만 소셜미디어로서는 '표준'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큰 확장성을 갖습니다. 페이스북의 핵심 색상인 파란색을 중심으로 포괄적으로 사람들이 "파란색 = 페이스 북" 이란 공식을 만들어 더 쉽고도 심리적으로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핵심 색상인 파란색을 더욱 자신감 있게 표현하고, 앱에서 시각적으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각성을 강화했고, 페이스북의 시그네쳐 레터인 'f'가 돋보일 수 있도록 밝고 강한 파란 색상으로 대비를 더욱 강화했네요.
로고 변화를 보시면 아주 미묘하지만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동감을 주기 위해 각 글자의 오른쪽 부분을 살짝 깎아 경사를 만들었습니다. book의 'b'와 'k'도 윗부분을 같은 경사도로 깎아 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 북 브랜드 컬러는 파란색이죠. 하지만 거기서 파생되어 고유의 느낌을 살리고 접근성에 최적화된 새로운 색조, 톤, 명암비가 제대로 없었습니다. 이번 디자인 변화에서는 파란색은 당연히 기본 색상으로 유지되며, 확장된 컬러 팔레트가 페이스북을 더욱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색조 범위는 유연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색을 구별하는 데 있어 핸디캡을 가진 분들을 배려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매우 환영할만한 접근입니다.
리액션은 사용자가 게시물, 댓글 또는 스토리에 시각적으로 반응하는 방법이며, 사용자가 콘텐츠와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법입니다.
확장된 색상 팔레트를 통해 리액션에 더 많은 입체감과 만들고, 접근성 지침에 따라 색상을 조정하여 어떤 크기에서도 아이콘을 읽을 수 있도록 했네요.
이런 변화가 마케팅 쪽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즉 브랜드 디자인이 엔지니어링을 통해 제품에 그대로 들어왔다는 말인데, 아래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대부분의 화면이 모두 다 바뀐 상태입니다. 바로 디자인 스펙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디자인 시스템을 딜리버리 했다는 의미입니다. 페이스북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의미죠.
이번 새로운 디자인의 총괄 책임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고 "역시나~"하는 혼잣말을 했는데요.
바로 나이키와 디즈니 플러스를 성공적으로 바꾼 스타 디자이너인 'Tagu Kato'입니다. 이름으로 알 수 있듯 일본인이고요. 일본에서 학업을 마친 후에 일본 나이키의 브랜드 디렉터를 거쳐 미국으로 가 최근 디즈니 플러스를 런칭한 후 작년에 페이스 북 디자인 총괄 임원으로 입사한 분입니다.
보수적인 기업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을 생산해 냈던 분인 만큼 노화가 진행 중인 페이스북에 새로운 엔진으로 등용을 했는데, 이 디자인이 페이스 북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좀 더 지켜보면 알듯 합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이 새로운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하기까지 페이스 북 프로덕트가 너무 많이 불안하고 버그도 많았기에 사용자들로부터는 불만도 가득했었는데 이 난관도 어떻게 뚫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