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공식 업무 언어로 사용한 지 거의 30년가량 되었지만 아직도 어렵습니다.
영어 원어민들은 아무 생각과 거리낌 없이 사용하지만 외국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저에게는 맥락을 전혀 이해 못 하는 숙어나 관용어구 같은 경우는 특히나 그렇습니다.
그중 하나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이해하게 된 "by and large"라는 숙어입니다. 무언가 크게 얻은 것 같은 기분이라 여러분들과 나누기 위해 짧은 글을 써 봅니다.
사실 "by and large"라는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미드에서, 슬라이드 피칭에서도 너무나 자주 사용하는 숙어이고 저 역시 많이 사용했지만 왜 그 뜻이 "대체로, 일반적으로, 전반적으로 mostly, in general, on the whole"의 의미로 쓰이는지 감도 못 잡았답니다.
오늘 드디어 세일링을 취미로 한다는 오스트레일리아 동료에게서 이 숙어의 배경 설명을 들었습니다. 왜 애초에 검색을 안 했을까 하는 저의 게으름을 탓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유레카!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영어 단어중에는 항해, 배와 관련된 용어가 많습니다. 뭐 그들의 역사가 대항해 시대를 거치면서 발전했으니까요. 오늘의 숙어 "by and large" 역시 항해와 연결된 관용어구입니다.
항해를 하게 되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바람을 받으며 앞으로 나아가겠죠. 그때 배의 옆면으로 바람을 스쳐가듯 받는 것을 by, 배를 스쳐가면서 후면 쪽으로 바람을 받는 것을 large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바람을) 적게 받거나 많이 받거나"라는 뜻이니 대부분의 경우를 설명하는 말이 되어 "대체로, 일반적으로, 전반적으로"라는 뜻으로 된 경우라고 설명하더군요. 아래 그림을 보시면 더욱더 이해가 쉬울 겁니다.
사실 영어에는 그 외에도 이런 배나 항해와 관련된 관용어는 꽤 많은데 항해나 배와 관련이 없이 산 현대의 한국인은 이러한 단어/숙어/관용어구를 처음에 듣고 이해하는 일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우기도 좀 그렇고요. 그중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은 아주 흔하게 많이 사용하니 여러분들도 익혀두시면 유용하게 사용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3가지만 소개합니다.
- Welcome aboard
"승선을 환영합니다"의 의미로, 새로운 팀 멤버나 새로운 임무를 맡은 분에게 환영 인사말을 할 때 사용합니다.
- All hands on deck
폭풍이나 기타 위기 상황에서 캡틴이 외치는 “갑판 위의 모든 손”은 전체 선원에게 위기 상황을 빠르게 처리하라는 신호입니다. 요즘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라는 요구를 할 때 사용합니다.
- Headwinds
배의 움직임과 반대방향으로 부는 바람에서 온 단어로서 기업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무엇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데 있어서 도전이나 어려움을 표현하는 '역풍'의 의미입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엔 사실 이런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영어 표현을 사용한 커뮤니케이션은 최대한 자제하라고 교육을 합니다. 기업의 표준 언어는 가장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게 최고의 목적이기에, 원어민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성공률을 크게 저하시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가 업무 공용어인데 외국인에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표현을 하면 커뮤니케이션이 명확해지지 않는 이유인 거죠.
여하튼 오늘 제가 말씀드린 by and large는 잘 이해하셨죠? 다음에 원어민을 만나면 매일 쓰는 in general, mostly만 사용하지 마시고 by and large 한번 사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