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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너 마저..."보이지 않는 90%가 사라졌다."

구글이 검색 결과 표출 방식을 페이지당 100에서 10으로 축소했다.

by 김영욱

지난 글 "AI 데이터 전쟁: 빅테크의 ‘사다리 걷어차기’ 전략"에서 AI 기술 부상과 함께, 데이터를 둘러싼 테크 기업들의 전쟁이 격화되며 빅테크를 중심으로 자신들이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이 데이터에 대한 외부 접근을 적극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마치 성공한 이들이 자신들이 올라온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듯한 행보로 느껴진고 말씀드렸는데, 최근 구글의 검색엔진이 검색결과를 표시하면서 안타깝게도 이런 "사다리 걷어차기" 전략에 합류한 것 같습니다. 물론 90% 이상의 일반 사용자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 변화이긴 합니다. 그 사실을 아니 이렇게 대담한 변화를 시도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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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Search Engine Land 기사 일부로, 구글이 최근에 “검색 결과 페이지당 100개 보기 기능을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확인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가장 간단한 문자적 해석은 구글 검색은 더 이상 ‘페이지당 결과 수’를 조정하는 URL 파라미터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공식 확인했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뭔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저도 사실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리 사용한 적은 많이 없었으니까요. 이 기능은 &num=100 과 같은 URL 파라미터를 추가하면 한 페이지에 100개의 검색 결과를 볼 수 있었지만, 이제 이 기능이 완전히 차단된 옵션입니다. 고급 사용자나 SEO 전문가들이 순위 점검이나 데이터 크롤링 시 자주 활용하던 기능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인터넷의 시작과 함께 가장 큰 혜택과 발전을 이끌어온 구글이 AI시대를 맞아 왜 이런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어떤 변화가 생길런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왜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인가?

사실 “왜 구글이 이런 변화를 선택했는가”를 분석하는 건 이번 이슈의 핵심입니다.
단순히 ‘num=100 기능 제거’라는 기술 변경이 아니라, 검색·광고·AI·데이터 생태계 전체의 패러다임 이동이 숨어 있습니다. 이 변화의 전략적·경제적·기술적 3가지로 본 구글의 의도를 파악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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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략적 동기: “공공재에서 폐쇄형 생태계로”

과거의 구글은 ‘검색을 통한 웹 접근’을 민주화하면서 “세상의 정보를 정리해 모두가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미션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구글은 완전히 다른 목표를 향하고 있습니다.

“검색 자체를 광고를 넘어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중입니다.


구글은 더 이상 “인터넷의 창”이 아니라, “사용자와 웹의 중간 필터 역할”을 하며, 자사 플랫폼(YouTube, Shopping, Maps, Gemini 등)으로 트래픽을 리디렉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100 페이지 결과 노출은 외부 생태계(타 사이트) 로 트래픽이 흘러나가는 구조였지만, 10개 제한은 그 흐름을 내부 생태계(Google Ads, Gemini) 로 되돌림으로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건 ‘검색의 플랫폼화’ 라는 거대한 전략적 전환점입니다.


2. 경제적 동기: “광고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구조 설계”

구글 수익의 77% 이상은 여전히 광고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광고 성장률이 둔화되었고, AI 검색 도입으로 광고 노출 공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구글은 검색 유입 자체를 광고와 결합시켜야 했습니다.


num=100 제거의 수익 구조적 의미

자연 검색 감소 → 광고 의존도 상승, 중소 사이트는 유기적 트래픽을 잃고 광고 집행이 필수

경쟁 심화 → 입찰 단가 상승,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려는 경쟁 격화로 광고 단가 상승

트래픽 집중 → 구글 생태계 내 체류 시간 증가, 사용자가 외부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 구글 내부에서 머무름

즉, 구글은 이번 조치로 “검색 트래픽 → 광고 트래픽 → 구글 내부 순환”이라는 완전한 수익 고리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3. 기술적 동기: AI 시대의 ‘데이터 방어벽’ 구축

이 변화는 단지 광고용이 아니라, AI 경쟁에서의 데이터 방어 전략으로도 작동합니다.

대부분의 AI 스타트업은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학습하거나, ‘웹 검색 + 요약형 AI’ 형태로 구글과 경쟁하고 있죠. 그런데 구글이 11~100위 데이터를 차단하면?

외부 AI 기업은 훈련 데이터 다양성을 잃고

구글은 자체 인덱스를 유일하게 보유한 독점자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구글은 “검색결과 = AI 데이터 공급망” 을 장악하여, AI 학습 경쟁에서의 데이터 우위를 확보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AI 시대의 데이터 독점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변화로 어떤 영향이 있나요?

이 조치는 검색을 기반으로 학습하던 거의 모든 AI 시스템이 인터넷의 90%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든 사건압나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의 구조적 현실을 드러내는 아주 묘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1. AI 지식의 90%의 정보 소실

num=100 파라미터는 1~100위까지의 검색 결과를 한 번에 보여줬습니다. 즉, 첫 페이지뿐 아니라 그 뒤의

롱테일(작지만 좀 더 전문적, 기술적, 구체적일 수 있는), 세부 출처, 뉘앙스 있는 시각 등 다양한 정보층을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AI시대가 올 수 있었던 것은 LLM들은 이 기능을 활용해 한 주제에 대해 100개의 출처를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즉 이 변화는 구글이 그 문을 닫으면, 이제 AI 모델들은 10개만 볼 수 있는 구조로 축소되었다는 뜻입니다. 정보 접근성이 90% 감소한 셈입니다. 문제는 이게 스팸 90%가 줄어든 게 아니라, ‘상위 10위 밖에 있었던 유용한 정보들’까지 통째로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지금 여러 대표 사이트에서 보여지고 있는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 웹사이트의 88%가 노출 감소 (출처: Search Engine Land)

사용자 지식 베이스인 레딧(Reddit) 은 검색 순위 11~100위 구간에 많았던 탓에 주가 15% 하락

스타트업 실패율이 6개월 내 67% 증가, 제품 품질과 무관하게 가시성 상실


즉, 이번 변화는 ‘콘텐츠의 질’이 아니라 검색엔진이 찾아주는 ‘알고리듬적 위치’의 문제가 되어버렸다는 뜻입니다. 이제 순위는 생존을 결정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구글은 광고비를 내지 않으면 중소 규모 사이트가 거의 보이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2. AI 스타트업에겐 죽음의 그림자

오픈AI, 앤쓰로픽, 퍼플렉시티와 같은 AI 대표기업의 부상에는 구글의 인덱스된 결과가 직간접적으로 큰 도움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런 좋은 시절은 끝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령 두 스타트업이 똑같이 훌륭한 제품을 만든다고 가정해 봅니다..
A사는 주요 검색어에서 9위, B사는 12위를 차지합니다. 이전엔 두 기업 모두 구글 검색을 통해 발견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B사는 ‘알고리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기업’ 이 된것입니다.


많은 리더들은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거나 과소평가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좋은 제품이면 사람들이 찾는다’는 오래된 게임의 규칙을 믿고 있죠. 하지만 지금은 ‘발견성(discoverability)’이 아닌 ‘가시성(visibility)’의 시대입니다. 순위 11위는 이제 곧 "망각의 영역"이 된 것입니다.

즉 "발견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는 알고리듬 시대에 강제적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3. 점점 더 멍청해질 수 있는 AI와 인간, 그 순환구조

만약 AI가 인간 지식의 대부분을 ‘보지 못한다면’, 그 AI로 학습하는 인간은 그 지식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요? 지식이 ‘있다’는 건, 누군가 그것을 찾고 말할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죠. 그리고 지금, 인터넷의 지식 90%는 존재하지만 접근 불가능한 암흑지대가 되었습니다. 아니면, 구글의 제미나이 AI모델만 써야 할까요?


우리가 디지털 시대, AI시대에 정말 심도있게 경계해야할 것은 "진실 구성의 문제"입니다. 즉 "누가 ‘진짜’를 결정하는가"입니다. AI 시스템이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학습할 때, 이제는 상위 10개의 결과만을 보고 배웁다. 즉, AI는 점점 더 단조로운 정보에 노출되고, 그 결과 세상에 대한 이해도 점점 평면화되지요.


논쟁적인 주제를 검색할 때 상위 10개 결과가 모두 같은 주장을 한다면 우리는 “이게 합의된 진실이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11~100위에 다양한 반론과 맥락이 있었다면? 우리의 생각의 폭과 지식의 한계를 넓힐 수 있겠지요. 이제는 그걸 볼 수조차 없습니다. AI 역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죠. 결과적으로, ‘합의된 진실’과 ‘알고리듬이 선택한 진실’이 구분되지 않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전체 사회의 진실 구성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기대했던 건 “포괄적 정보 접근성”이었지만, 실제로 받게 된 건 알고리듬이 정해버린 “참여율을 극대화한 상위 10개 결과”였다는 뜻입니다.


Google의 num=100 파라미터 제거는 단순한 기술 조치가 아닌, 인터넷의 시야를 축소시킨 사건입니다. 어쩌면, 지금부터는 AI는 더 단조로워질 수 있고, 롱테일이 발견될 가능성은 더욱 작아졌습니다. 순위 10위 밖의 인터넷은 여전히 존재하지만,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알고리즘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곧 “존재하지 않는다.”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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