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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노키아가 될거라구요? 전 그렇게 안 봅니다.”

애플의 경쟁력은 모델이 아닌 ‘신뢰 가능한 경험’에 있다.

by 김영욱

지난 주말, 어려울 수 있는 기술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정말 잘하시는 교수님의 유투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UIBLOK6XCCA) 을 보았다. AI 기술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시는 가운데,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예측을 하셨다. 애플이라는 기업의 생명이 "AI레이스에서 뒤쳐지면서 '노키아'의 길을 갈 것이라는 말, 애플은 IT기업이 아니라 디자인 회사다." 라는 말씀을 하셨다. 도저히 동의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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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유투브라는 미디어 특성상 약간의 과장과 공포심 유발은 관심 끌기에 필요한 요소이라 생각하지만, 영상을 다 본 후, 교수님의 '워딩' 하나를 붙잡고 꼬투리 잡는 것이 아닌, 나는 프로덕트 전략 전문가로서 거시적 제품 전략과 통계 데이터로 그 교수님 의견에 반대 의견을 내고 싶었다. AI 시대의 주인공을 떠올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OpenAI, Nvidia, Google, Anthropic, 혹은 Microsoft를 먼저 언급한다. 반면 애플은 늘 뒤편에 서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라고 본다. 애플은 지금 새로운 기술 무대에서 다시한번 주인공이 되기 위한 ‘조용한 AI 전환기’를 가장 정교하게 설계 중이다.


“AI는 모델이 아니라, 경험이다.” 애플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금 애플이 만드는 것은 새로운 AI 모델이 아니라 AI 시대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 구조라고 이해해야한다. 하나 하나 중요한 지점을 살펴보자.



0.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는 개인 데이터다.

“AI의 시대에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는 공공 데이터가 아니다 — 바로 개인 데이터다.”
(In the age of AI, the most valuable data is not public — it’s private.)
- 래리 엘리슨, 오라클 클라우드월드 2025

AI 산업이 클라우드 인프라, 대규모 모델, GPU 공급망 경쟁으로 과열된 지금,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시장의 초점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통찰력있게 이야기한다. AI 경쟁의 본질은 모델의 크기나 파라미터 수가 아니라, “누가 가장 가치 있고 신뢰받는 데이터를 보유하느냐”에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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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이 철학을 가장 일관되게 실천해온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다른 기업들이 거대한 클라우드 AI를 구축하는 동안, 애플은 "조용히 10억 대 이상의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한 ‘프라이빗 데이터 네트워크"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아이폰, 애플 워치, 맥, 아이패드, 에어팟, 헬스키트, 아이클라우드, 애플TV 등을 통해 연결되어 있으며, 이제 최근 발표된 M5 칩을 통해 온디바이스 AI라는 형태로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결국, 엘리슨이 말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데이터”를 가장 넓게, 가장 안전하게, 그리고 가장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바로 애플이 아니겠냐는 김PM의 지론이다.


1. M5 칩, "하드웨어가 AI 전략의 심장으로"

최근 공개된 M5 칩은 그 단순한 ‘성능 향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M5 칩의 등장과 온디바이스 AI 전략의 구체화는 다른 빅테크 기업과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애플은 단순히 AI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10억 대의 디바이스 생태계 전체를 AI-네이티브 플랫폼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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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GPU, 그리고 NPU의 균형적 강화는 단순히 “더 빠른 칩”이 아니라 온디바이스 AI의 가속화 기반이다. 애플은 ChatGPT나 Gemini처럼 거대한 클라우드 모델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 대신, 개인의 디바이스 안에서, 가장 사적인 데이터로 작동하는 AI를 구현하고 있다.이건 단순한 ‘AI 기능 추가’가 아니라 “AI가 개인의 확장으로 작동하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AI as a Service’가 아니라, ‘AI as a Self ’다.

M5는 단순히 “더 빠른 칩”이 아니라, 로컬 모델·하이브리드 모델 전환을 위한 하드웨어 트리거다.

즉, 아이폰, 맥, 아이패드, 비전프로 등 전 기기에서 ‘프라이버시 보호 + 지연 없는 AI inference’를 수행하기 위한 기반이 준비된 것으로 이해하는게 맞다.


2. 애플 주가가 말하는 수요와 AI 하드웨어 모멘텀

현재 시장의 비판적 논조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주가가 꾸준히 지지를 받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AI 모멘텀’을 단순히 모델 경쟁으로만 보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의 강점은 “AI를 인간의 경험 속에 녹이는 방식”에 있다. 즉, ChatGPT가 “대화의 혁신”이라면, 애플은 “삶의 맥락(Context)의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건 더디지만, 훨씬 넓고, 훨씬 영향력 있는 AI의 형태다.


최근 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아이폰 17 시리즈는 출시 첫 10일 동안 전작 대비 14%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사용자 충성도는 어떤 기업과 비교해도 절대적으로 높고, 그 생태계는 아직 튼튼하다. 아이폰 17 시리즈의 판매 호조는 단순히 디자인이나 카메라 때문이 아니다. 이미 수면 데이터, 건강 모니터링, 에어팟 감지센서, Apple Watch의 심박수 분석 등, 모든 제품이 AI를 통해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고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움직인것에 대해 사용자가 반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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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AI를 “경쟁 기술”이 아닌 “사용자 경험의 레이어”로 정의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즉, 사용자의 일상적 맥락(음성, 건강, 감정, 수면, 이동)을 디바이스가 학습·조율하는 ‘개인 맞춤형 AI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애플의 AI는 “소프트웨어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확장 게임”이다. AI가 디바이스 교체주기를 자극하는 순간, AI는 서비스 매출이 아니라 하드웨어 수익의 배가 장치로 작동한다. AI를 더 잘쓰기 위해서 내 디바이스를 바꿔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여러분의 머리에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냐는 것이다.


3. Privacy-First AI

애플이 줄곧 강조해온 키워드는 ‘프라이버시’다. 다른 기업들이 데이터 클라우드와 대규모 모델 경쟁에 몰입할 때, 애플은 그 반대편에서 “AI는 개인의 데이터 안에서 진화해야 한다”는 철학을 놓지 않았다.

음성 비서 Siri의 개인화, 아이폰의 수면 및 건강 데이터 분석, 에어팟의 생체 감지 센서, 이 모든 것이 클라우드가 아닌 M 시리즈 칩 내부에서 작동한다. 그리고 이런 개인 데이터는 그렇게 동작하는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이는 곧 AI와 프라이버시를 양립시키는 유일한 접근이다.

애플의 경쟁력은 GPU 스펙이 아니라 ‘신뢰 가능한 AI 경험’에 있다.

이러한 통합은 단순한 “헬스 기능”이 아니라, ‘개인 데이터 온디바이스 학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즉, 10억 대의 애플 기기들이 ‘분산형 개인 AI 노드’로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10억 대 이상의 디바이스가 이미 애플 생태계 안에서 연결되어 있고, 이 데이터 연결망 위에 ‘퍼스널 AI’를 활성화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파급력은 클라우드 기반 AI 기업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산될 것으로 어렵지 않게 예상된다.


4. 리퀴드 글래스 디자인: 생태계의 시각적 통합

다른 글에서도 여러번 이야기했던 주제다. 애플은 "디자인을 플랫폼 인프라스트럭쳐로 사용"하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macOS Tahoe 26, iOS 26, iPadOS 26, watchOS 26, visionOS 26에서 등장한 리퀴드 디자인는 단순한 UI 리프레시가 아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모든 디바이스의 UX를 하나의 질감·조명·반응성으로 통합

시각·촉각·동작 피드백 일체화를 통해 “디바이스 간 학습 전이” 구현

사용자는 기기를 바꿔도 동일한 방법으로 상호작용


애플은 디자인 언어를 통해 기술 통합을 ‘감성적 일관성’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는 곧 AI-Native UX의 출발점이다 — 사용자는 AI와 ‘기계적으로’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상호작용한다.


스티브 잡스가 첫 아이폰을 공개했을 때 세상은 그것을 진화된 휴대전화 쯤으로 보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인터넷, 미디어, 앱 스토어 경제, 디지털 페이먼트를 통합한 디지털 전환의 인프라 혁명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AI 혁명이 밀려들자 애플의 지난 수십년 성공은 다음으로 나아가는 데 큰 방해가 되었다. 즉 그 생태계 전체를 전환하는 메가 업데이트하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 이룩한 고객 경험과 만족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지금의 M5 칩 + 온디바이스 AI + 프라이버시 생태계 + Liquid Glass UX 조합은 잡스의 아이폰 모멘트만큼 중요한 단계에 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내부에서는 AI 시대의 근본적 UX·데이터 구조 재편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엘리슨이 말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데이터”를 가장 넓게, 가장 안전하게, 그리고 가장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바로 애플이지 않을까 한다. 애플은 슬로우 무버가 아니라, 정확한 타이밍을 알고 움직이는 스마트 설계자다. 그리고 그들은 두 번째 “Apple Moment”는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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