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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욱 Sep 07. 2020

개발자에게도 지금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필요하다.

0. 그리스 로마신화를 잠깐 복습! 


요즘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직업 윤리를 이야기 할때 항상 예시되는것인데, 긍정적인 경우에 쓰여지기 보다는 무엇인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왜 윤리적이지 못한가를 이야기 할때 더욱 많이 등장을 합니다. 그런데 이 선서는 실제 히포크라테스가 원작자인지도 확실치 않다고 합니다. 기원전 4-5세기경 피타고라스 학파에 의해 쓰여진 초안을 기초로 히포크라테스가 잘 정리하고 집대성한 것이라는 설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이 진실이던 간에 히포크라테스는 자신의 이름이 2천년이 지난 후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많이 오르내릴 것이라는 사실은 눈꼽 만큼도 예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선서, 서약, 맹세, 신조 - 영어로도 oaths, creeds (유명한 게임 어쌔신 크리드에서 나오는 그 단어입니다), codes 등-라는 단어의 의미는 상호의 이익을 합의하고 가시화하는 계약의 형태가 아닌 본인 스스로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그 행위에 대한 수준 높은 윤리를 강조하여 책임감을 나타내는 행위의 과정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원문
히포크라테스 선서 한글 버전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선서를 받는 주체인 신들의 이름이 생략되었지만, 그리스어의 원문에 보면 의학과 관련있는 신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태양과 의술의 신 아폴로, 의학과 치료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현대의 병원과 약국 엠블럼에 꼭 나오는 지팡이를 오르는 뱀의 모습으로 상징됨), 그리고 그의 두 딸이며 치료의 여신 히게이야와 파나케이아가 등장합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여기서 잠깐 아스클레피오스와 관련된 비껴가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드릴게요. 신을 부인하고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이유로 독약을 마시고 사형을 당한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유언이 무엇인지 기억하시나요? 제자 크리톤에게 "내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마리를 빚졌으니, 잊지말고 꼭 갚아주라"고 할때 나오는 이름이 바로 아스클레오피오스입니다. 설마 그 당시의 최고의 석학 소크라테스가 동네 사람에게 닭을 빚져서 갚아주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 당시에는 어떤 질병에서 완쾌를 하면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제물로 '닭 한마리'정도가 평균이었는데, 소크라테스는 세상의 삶을 '질병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끝나게 해주는 의학의 신 아스클레오피오스에게 감사를 드린다는 뜻입니다.ㅎㅎㅎ


자, 이야기가 다시 돌아와서 고대 의사들에게는 그 기술을 관장하는 신들에게 본인들의 직업 윤리를 맹세하는 의식은 매우 중요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좀 더 본질적으로 중요했던 이유는 이러한 선서의식을 하는 '의사'가 단순히 돈만 벌고 선서(맹세)를 하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확연하게 고상한 모습으로 눈에 띄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1. 3가지 필요 충분 조건


근현대 사회를 맞으면서, 선서의식을 통해 직업 윤리와 소명을 강조하는 그룹들이 의사들 이외에도 등장합니다. 경찰관, 법관, 군인, 공무원, 종교인, 그리고 기자도 그들 각각의 선서의식을 행하는 것으로 직무를 시작합니다. 이런 직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길래 왜 그 외의 직업군에서는 하지 않는 선서의식을 갖는걸까요? 나라마다 사회마다 의미가 약간씩 다를 수 는 있겠지만, 선서를 하는 직업군은 밑의 3가지 특징을 갖는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1. 국가와 사회가 제 기능을 담당하는데 필수 불가결하다.

    2.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3. 부패와 타락의 위험이 많다.


일반 시민들은 위에 열거한 선서를 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존경심과 신뢰감을 갖고 표현합니다. 그들이 선서 의식을 하는 고귀한 직업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국가와 사회에서 감당하는 일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사회 공헌을 위한 희생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인공지능 AI를 너무 쉽게 이야기 하는 21세기가 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직업은 20세기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없었던 직업이고 그런 사회적 기능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적 요청에 의해 생겨난 직업이라고 해서 그 이전의 선서를 하는 직업들과 비교하여 덜 고상하지도 않을 뿐 더러, 덜 존중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위 세가지 특징을 21세기 오늘을 사는 IT개발자에게 대입 적용 해 보려 합니다.


1. 국가와 사회를 운영하는데 필수 불가결한 중요한 일인가?

주저함이 필요없는 대답 "YES"입니다. 소프트웨어 없는 오늘의 우리의 삶이 몇분이나 버텨줄런지 오히려 궁금해 집니다.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폰과 노트북 컴퓨터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국가 기본 안전 시설과 사회간접 자본을 포함 지하철, 자동차 같은 교통수단에, 전기, 수도까지 모두 소프트웨어가 관리를 합니다. 여러분의 하루 24시간이 누군가가 컴퓨터 코드를 사용하여 만들어 놓은 세상안에서 동작을 하는데, 이것보다 중요하고 필수 불가결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2.다른 이들에게 권력/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가?

 개발자들은 현재의 막히고, 불가능한 상황을 끊임 없이 가능하고 회복시키고,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것과는 또 다른 탁월함이 있는데, 그것은 다가올 세상의 비전을 제시함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상상력에 미래를 디자인하고 그에 대한 가능성을 꿈꾸게 하는 엄청난 영향력과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가올 세상을 바꾸고 디자인 할 수 있는 힘은 선서를 하는 다른 직업군과는 구별되는 탁월한 힘과 능력입니다. 어떤 권력/영향력의 크기를 계산할때는 그것의 순방향뿐이 아닌, 역방향치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런 파워가 악한 방향으로 사용된다면, 이 피해는 어떠한 의료사고, 법률사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것입니다. 은행거래가 중지되고, 랜섬웨어와 컴퓨터 바이러스가 네트웍을 감염시켜 공항을 무력화하고, 자동차의 자율주행이 오동작 하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3. 부패하고 타락할 위험성이 있는가?

개발을 할때는 늘 고객이 존재합니다. 그 고객은 경우에 따라서 개인, 기업, 국가사회도 될 수 있습니다. 그 고객들은 개발자의 서비스를 통해 돈, 시간, 제품, 효율, 성능을 얻기위해 필수적으로 개발자에게 의존합니다. 해결해야 할 일의 중요도와 위험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일이 완성되었을때 크고 높은 보상으로 그 가치를 충족시키는것은 어떤 직업의 경우나 똑같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기술을 진행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에 따른 유혹의 규모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컴퓨터 바이러스의 랜섬웨어 형태입니다. 단순히 감염수준이 아니라, 컴퓨터와 네트웍을 무력화 시키고 해결하기 위한 조건의 금액을 요구하는 범죄행위죠. 또한 남의 정보를 해킹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피싱과 온라인 결제/금융 사기는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 예산의 1.8%가 됩니다. 2018년에서 2023년까지 예상되는 온라인 결제/금융 사기 금액은 130조원을 넘을 예정입니다. (이해가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예를 드리면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IBM의 시가총액과 비슷합니다.) 이런것들이 얼마나 부패하고 타락할 위험성이 높은것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렇습니다. IT개발자라는 직업은 직업윤리와 소명 선서가 필요한 기준과 조건을  현대의 어떤 직업보다도 쉽게 채웁니다. 한국사회의 각층의 직업 윤리 선서를 했던 지도층들이 얼마나 쉽게 그들의 권력을 무기로 사용하고, 부패하고 타락하고 있는지를 보는 이 오늘의 시점이 바로 많은 IT개발자들이 그렇게 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선서를 해야 하는 시점이 지금이 아닌가 합니다.



2. IT개발자 직업 윤리 선서

뭔가 존경의 대상이 될만한 멋진 분의 이름이나 단체가 선서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야 워낙 지식이 미천해서 그 부분은 글을 읽은 여러분이 의견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밑의 부분은 제가 그냥 큰 의미없이 이 글을 읽는 많은 개발자 분들이 생각하고 고민해 주시길 바라면서 써본 템플릿이니 큰 의미는 없고, 여러분들의 훌륭한 의견으로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 IT개발자 XXX는 나의 능력과 판단으로 다음을 맹세합니다.


1. 내 직업의 숭고함과 중요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어떤 경우에도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는 코드는 작성하지 않겠습니다. 컴퓨터 바이러스, 스파이웨어, 랜섬웨어등을 작성하지 않을것이고, 범죄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것입니다.


2. 나는 내 자신의 명성, 관심 또는 부정한 의도의 돈을 얻기 위함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성과 영감을 주는것에 가치를 두고 코드를 작성하겠습니다. 그것을 위해 간결하고 알아보기 쉽고, 구조화된 코드를 추구합니다.


3. 나는 내 코드만이 위대하다고 오만해 하지 않고, 발견된 오류에 대해 부끄러워 하기 보다, 책임감 있게 수정할 것입니다.


4. 나는 내 코드가 더 이상 수정할 필요없는 완성형 상태나, 내 자신만의 것이라고 여기지 않겠습니다.팀원 및 동료들와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얻은 지식과 결과물을 숨기지 않고 공유 할 것입니다. 팀원들에게 내가 아는 것을 가르치고 팀의 기술을 돕고 발전시킬 기회를 모색 할 것입니다.


5. 나는 멈추지 않고, 새로운 배움에 참여하겠습니다. 지속적인 학습을 내 직업의 소명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개발자는 현상을 발전시키고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 방법은 항상 용감하고 독창적인 것을 추구하겠습니다.


6. 나는 내가 코드를 작성하는 동안 얻어진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나, 국가나 사회에 중요성이 인정되는 데이터는 소유하지도 않고, 다른 누구에게 제공하거나 공유하지도 않을것이고 누설하지 않겠습니다.



3. 선서의 위대함은 책임을 잊지 않는것


서문에서 이야기를 했듯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사라는 직업이 다른 직업과 구별됨을 통해 직업 윤리와 소명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용되어 왔습니다. 21세기의 IT개발자는 영향력과 책임의 한계에서 2천년전의 의사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규모의 역할을 부여 받았습니다.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선서라는 의식을 통하여 하나의 집단 카르텔을 형성하고, 그들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그 선서의 탄생하게 된 원 의미는 절대 아닐것입니다. 선서는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알려주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선서는 우리가하는 일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인류의 발전을 위해 제공하는 중요한 일은 윤리적 의무가 따르며, 그것이 만드는 위대한 힘은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려는 행위의 과정일 뿐입니다. 누군가 가져온 윤리와 책임을 명시한 계약서에 수동적으로 싸인을 하는 개발자가 아닌 적극적인 직업 윤리와 소명의식을 표현하는 개발자로서  자긍심을 크게 가져보자는 뜻으로 이 글을 써본 것입니다.


우리 IT개발자는 선을위한 도구가 아닌 이익만을 위한 도구가되는 것을 경계해야합니다.

소수의 즐거움을 위한 애완용 원숭이가 되어서도 안됩니다.

더 이상 우리 IT개발자는 궁정 광대가 아니라 왕의 원탁 회의 정회원입니다.

IT 개발자가 뚱뚱하고 게으른 애완용 실내 고양이로 성장해서는 안됩니다.

재규어는 신비한 아름다움에, 최고의 사냥능력을 갖고 있기에, 경외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 IT개발자가 최고의 사냥능력을 사용하여 선을 위한 도구가 되고, 미래를 디자인하는 주역이라는것이 보여질때 개발자의 선서 같은 것은 없어도 IT개발자라는 이름만으로 더욱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표지 그림으로도 사용한 이 그림의 설명을 잠깐 덧 붙입니다. 그림은 페르시아에 끔찍한 흑사병이 창궐하던 때에, 이웃나라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의 의술이 탁월하다는 소문을 들은 페르시아왕이 고민 고민 끝에 (페르시아와 그리스는 오래된 적국이라 관계가 매우 안 좋습니다) 하얀옷을 입을 사신들을 통해 엄청난 보화를 주고 처방을 구걸하러 온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히포크레테스가 발로 돈과 보화를 밀어내면서 도와주기를 거절하는 상황을 그린 그림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리스에서의 히포크라테스의 인기는 더욱 올랐다고 하네요. 그 당시에는 애국심이 의사로서의 박애정신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갖는 시기였다고 합니다. 여하튼 이런 상황이 의사로서 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사람의 '선서'가 지금까지도 글쎄요. 이런 비슷한 상황은 역사가 지나도 반복되고 있어서 씁쓸합니다. 우리 IT 개발자들은 조금 더 통 크게 가시면 어떨까 합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 Michelle Ob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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