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BTS, 디즈니 그리고 싸이월드까지 노스텔지어에서 혁신을 찾는다
올해 하반기에 출시 예정이고, 이번 주 7월 11일 부터 퍼블릭 베타가 시작된 애플의 iOS16의 마케팅 리더는 '스티브 잡스'입니다. 뭔 소리냐고요?
드디어 애플이 이번 iOS16의 최고 마케팅 무기로 '노스텔지어 (추억에 대한 향수)'를 빼 들었습니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무대에 서서 아이폰을 선보였을 때, 그는 지금까지 누구도 본 적 없는 다양한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그중 하나는 "밀어서 잠금 해제" 기능으로, 사용자는 단순히 화면을 가로질러 손가락을 드래그하여 아이폰의 홈 화면에 액세스 할 수 있었습니다.
잡스가 이 기능을 시연했을 때, 그것을 본 모든 사람들의 머리에는 하나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각인됩니다. 왜 상징적인가 하면, 그 배경 화면이 지난 15년간 iOS의 어떤 버전에서도 실제로 출시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의 Mark Gurman이 공유한 트윗에 보면 iOS 16의 세 번째 베타 버전에 바로 그 스티브 잡스가 시연했던 바로 그 '니모 금붕어 (Clownfish)' 배경화면이 보입니다.
우리가 잘 기억해야 할 것은 "소프트웨어의 베타 버전에 나타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정식 릴리즈에서도 제공될 것이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배경화면이 iOS 16 베타 3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똑같이 표시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이 말은 애플이 iOS 16에서 이 배경화면을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왜 애플이 업계 최고수 인지를 보여줍니다. 애플이 그동안 보여준 기술 우수성이야 두 말할 필요 없이 탁월합니다. 그러나 이제 그 기술 우수성은 더 이상 다른 빅 테크 기업과 큰 차별화가 되지 못합니다. 이때 가지고 온 차별화 전략이 바로 '노스텔지어'라는 감성입니다. 이런 감성은 다른 테크 기업들은 절대로 갖지 못한 애플만이 가진 유일무이함이죠. 애플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고객에게 기쁨을 제공하는 것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새로운 배경 화면 자체는 아무런 특별함이 없습니다. 그냥 이미지 그림이죠. 최신 버전의 iOS에는 훨씬 더 흥미롭고 뛰어난 기술 업데이트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배경화면이 얼마나 기능적이거나 아름다운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것을 볼 때 느끼는 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향수에 끌립니다. 사람들은 경험을 되살리고 그들이 느꼈던 것을 기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결국, 사람들이 iOS16을 선택하는 과정의 첫 문에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과 그의 감성을 기억하는 배경 화면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그 요점입니다.
정말 애플은 지나칠 정도로 영악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그가 CEO였던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를 배경화면으로 쓴 것 못지 않은 영악함이 지금 애플의 DNA을 만들었습니다.
감정은 재미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어느 순간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강력한 연대감을 만들기도 합니다.
노스텔지어라는 것을 이용하여 전 세계인을 고객으로 가진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디즈니죠. 어릴 적 미키마우스 미니마우스를 모르고 자라는 어린이들은 없습니다. 미키와 미니가 세대를 지나가며 특별히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미키와 미니보다 훨씬 예쁘고, 잘생기고 호감이 가는 만화 캐릭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키와 미니는 100년이 지나는 동안 같은 옷에, 같은 춤을 추지만, 미키마우스를 경험한 엄마 아빠의 향수 덕에 그들의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인형을 선물합니다. 그렇게 세대를 흘러갑니다. 디즈니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 경험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돈을 쓸 것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기반하여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그것이 노스텔지어의 힘입니다.
최근에 BTS 역시 노스텔지어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팬덤을 단단하게 엮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팝 밴드이고 가장 탄탄한 팬덤을 지닌 방탄소년단은 지난 9년의 활동을 정리하는 노래와 앨범, 뮤직비디오를 'Yet To Come (The Most Beautiful Moment)'이란 제목으로 발표합니다. 그리고 그 뮤직비디오 안에 그들이 지난 9년 발표했던 뮤직비디오의 장면 장면을 플래시 백처럼 끼워 넣습니다. 이 장면들을 BTS Army라면 놓칠 리가 없습니다. 아미는 열광하고 연대합니다. 그 연대감은 우리가 20년 만에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도 몇 분만에 다시 그 어린시절의 감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입니다. 그 힘의 원천이 바로 지난 시간을 공유했다라는 그 노스탤지아에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 싸이월드의 노스탤지어를 이용하는 여러 가지 경우도 보입니다. 미니 홈피 시절의 감성을 살려 편성된 방송 프로그램도 있고,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노래도 재생산이 됩니다. 싸이월드 이름 자체를 브랜드화하고 도토리라는 디지털 재화가 아닌 실제 도토리로 빚은 막걸리도 시장에 나왔습니다.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세대라면 손길이 먼저 가는 상품이 되겠죠.
니모 금붕어 배경화면은 15년 전과 지금이 동일합니다. 아이폰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을 상기시켜줍니다. 물론 최신의 아이폰 13 Pro 모든 면에서 15년 전 스티브 잡스의 손에 잡혀 있었던 아이폰과는 천양지차입니다. 더 빠르고, 더 강력하고, 더 많은 저장 공간과 더 많은 앱을 가지고 있으며 첫 번째 아이폰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15년 전의 원본에는 특별한 것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혁신적인 물건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혁신이었던 안드로이드 폰의 대표주자인 삼성 갤럭시는 역사가 13년이 됐습니다. 그러나 그 첫번째 릴리즈 날의 감성을 기억하고 있는 팬은 얼마나 됩니까? 그리고 그 감성은 어떤 것인가요?
노스텔지어의 명확한 특징은 그때가 너무너무 좋았다는 감정이 아니면 전혀 동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못하다간 촌스럽다고 놀림받기 쉽죠. 그래서 매우 조심스럽게 써야 하는 무기랍니다.
니모 금붕어는 잡스가 화면을 밀어서 해제하고 마법처럼 보이는 장치의 잠금을 해제하는 것을 처음 봤을 때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을 상기시켜줍니다. 그것이 바로 가장 강력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