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다 말하던 나였는데

비밀을 만들기로 선택한 이야기

by 유모마일

이사 준비에 대한 후일담이 오가던 중,

한 친구가 말했다. “어유, 힘들었겠다. 근데 왜 이제 말했어, 무슨 비밀이 왜 이렇게 많아~”


“굳이 뭘 다 말해~” 하고 웃어넘겼지만,

왜 이제 말했냐는 그 말의 대답이 어딘가 어려워서

그 이후로도 생각이 한참을 맴돌았던 것 같다.


나는 원래 뭐든 털어놓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일이나 생각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말해야 마음이 정리됐다.

그래서 처음엔 말을 참는 게 오히려 불편했다.

입안에서 맴도는 말들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다시 삼켜질 때면, 괜히 뭘 숨기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사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꺼냈다가

상대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친밀한 사람과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달라졌고,

서로가 그런 마음을 숨기려고 한다는걸 느꼈다.

사적인 이야기를 편히 털어놓은 순간이었지만

오히려 타인이 된 듯한 거리를 여실히 느꼈다.


그 일 이후로, 말하고 싶은걸 다 말하고 살았던

순진했던 내 모습을 반성을 했던 것 같다.


물리 시간에 배운 작용-반작용의 법칙에선 힘의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로 결국 +-0에 수렴했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는.. 복잡계였다.


그 순간엔 절대 알 수 없는 상대방 마음 속 여유에 따라

그 반작용의 크기는 제각각 달라지고,

누군가는 기쁨으로, 누군가는 무게로 받아들인다.

그 예측할 수 없는 반작용은 또다시 나에게

파동으로 역할한다.


그래서 요즘은 모든 걸 말하기보다,

내면에서 어떤 이야기가 충분히 정리되고 나서

그래도 너무 공유하고 싶을 때

조심스레 그것도 부분적으로 슥- 꺼내본다.

이해받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굳이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하루에

예상치 못한 무게로 남지 않았으면 해서다.


언젠가는 이 단계를 지나

어떤 이야기든 잘 다듬어 꺼내 보일 수 있을 때가 오겠지만, 당분간은 이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관계 속 균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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