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시간을 남겨줄 때

번쩍임 말고, 괜찮음

by 유모마일

‘놀이’라는 키워드를 삶에 깊게 남겨두고 싶었다.


전부터

사람은 언제 살아있다고 느끼고,

언제 다시 회복되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궁금했던 건 ‘행복’이라기보다 ‘리듬’에 가까웠다.

삶이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감각 말이다.


목가구를 만들 때 그 감각을 선명하게 느꼈었다.

톱질과 대패질 같은 단순한 반복에 들어가면

머릿속 소음이 줄고, 호흡이 천천히 돌아왔다.


공예는 조금만 힘이 과하면 결이 부서지고, 마음이 급하면 표면이 망가진다. 그래서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자연스럽게 지금으로 돌아오게 된다.


손의 감각, 힘의 방향, 호흡 같은

단순한 물리적 사실들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내고나면 신기하게도 ‘괜찮음’이 남았다.

이 작업 자체가 너무나 정직했기 때문일까?


이 즐거움은 눈앞이 번쩍이는 재미와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었다. 오히려 마음을 한 번 정돈하고, 나를 다시 회복시키는 쪽에 가까웠다.


잠시 그 감각을 ‘관찰적 몰입’이라고 부르며 다시 공부해보기도 했다. 나에게 ‘무언가에 몰두해 반복하는 행위’는 결과를 내기 위한 노동이 아닌 놀이의 경험이었다.


자동화된 세상은 점점 더 자극적이고, 더 빠르고, 더 많아지고 있다. 재미있고 편리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지금’의 순간은 얇아진다. 남는 건 즐거움보다는 갈망과 불안에 가깝다.


그래서 더 확신하게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즐거움은 흥분이 아니라 정돈이고,

소비가 아니라 몰입에 가깝다는 걸.


요즘 AI 이야기를 들을 때 다시금 이 감각이 더 선명해진다. 기술이 시간을 남겨줄수록, 우리는 무엇에서 ‘괜찮음’을 찾게 될까.

작가의 이전글감각이 이끈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