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물 위를 걷는 삶
세상의 진 빚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혜의 빚보다 크게 느껴질 때, 삶은 조급해지고, 책임질 수 없이 쌓인 수많은 짐들이 더 무겁게 누른다.
짓누르는 건 단지 일상의 무게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기대, 나 자신에 대한 실망, 끝나지 않는 비교와 경쟁. 그렇게 우리는 가끔, 은혜보다 현실이 더 크게 느껴진다.
기도는 협상처럼 흘러가고, 믿음은 보류 상태에 놓인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은혜는 그런 짐을 단순히 없애는 힘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무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새롭게 정하신다.
모세도, 야곱도 한때 세상에서 도망자였다. 그들은 책임을 피했고, 현실을 외면했지만, 그들의 발걸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세상의 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하나님은 우리의 현실적 상황을 즉각 바꾸는 분이 아니다.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창세기 3:9)
우리는 종종 기도한다.
“하나님, 이 문제만 해결해주시면 더 가까이 나아가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협상의 자리로 나오시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잃어도 흔들리지 않는 삶으로 우리를 초대하신다. 그리스도의 은혜를 가장 무겁게, 가장 깊이 느끼는 그 자리. 바로 거기서 우리는 진짜 자유를 경험한다.
그 은혜는 우리를 현실의 파도에서 지켜주는 보호막이 아니라, 그 파도를 넘어 물 위를 걷게 하는 능력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걷는 삶은 세상의 헛됨을 꿰뚫어보고, 본질을 붙잡으며, 풍파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삶은 여전히 거칠고 바람은 세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은혜를 중심에 둔 삶이 주는 유익이다. 세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빚을 지우지만,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에 더 깊이 빚진 자들이다.
그리고 그 빚진 은혜는, 결국 우리를 물 위로 걷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