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tbc 마라톤 1편
무더운 여름 달리기를 함께한 세 명의 친구들이 있다. 뀨코치, 권프로, 주넵이. 나랑은 전혀 다른 속도로 빠르게 뛰는 괴물 친구들. 그들과 함께 뛸 순 없지만 매주 함께 뛸 수 있어 즐거웠고 그들이 달리기에 쏟는 열정이 너무나도 부럽기도 했다. 내 친구들은 매번 정해진 훈련에 맞춰 한 여름밤에 풀 마라톤을 준비했고 코 끝이 찡해질 계절이 되니 jtbc마라톤(이하 제마)이 다가왔다.
나는 내가 뛰는 것도 아닌데 그들이 준비하고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내 대회인 마냥 너무 떨렸다. 대회는 상암에서 시작됐는데 다른 동아리 부원들이 스타트부터 이곳저곳 응원을 옮겨 다니니 나는 차라리 집 앞에서 응원을 하자 마음먹었다. 기존 제마 코스로 치면 군자-아차산까지 지옥의 업힐이 쭉 이어지는데 27km~29km 사이가 하필 집 앞이라 1인 응원단으로 한 몫하러 갔다. 대회 당일은 예상치 못하게 비가 왔고 꽤 추운 날씨였다.
친구들에겐 늘 그렇게 말했다. 업힐 쭉 뛰다가 주로 오른쪽에 망향 비빔국수 앞에 서 있겠다고. 거기서 나 찾으라고. 우리의 오랜 약속처럼 나는 망향 비빔국수 가게 앞에서 수많은 주자들을 응원하며 친구들을 찾고 있었다. 우리 동아리의 유일한 섭스리 주자인 장 씨가 먼저 지나갔다. 그냥 그가 참으로도 빠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게 선두 그룹 중에서도 빠른 편이라 주로 에 누가 뛰는지 식별이 가능할 만큼 사람이 적었다. 당시 빡빡머리였던 거 같은데 장 씨가 지나고 디파트의 아버지를 기다렸다. b그룹 사람들은 점차 주로를 가득 채워갔고 이제 집중하지 않으면 아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의 밀집도였다. 키로 마다 어느 정도 왔는지 추적할 수 있는 '크루와'와 대회 전 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레디샷'을 종합해 최선을 다해 주자를 찾는다. 다행히도 밝은 옷을 입고 당시 수염이 있었던 아버지는 금방 찾을 수 있었고 누구보다 파이팅 넘치게 터널을 향해 뛰어갔다.
이제 권프로의 차례다. 풀마라톤 훈련한다고 산 러닝화가 대체 몇 개인지. 발이 맞는 러닝화를 찾는다며 알파 플라이를 샀다가 중고나라에 팔고 베이퍼 플라이를 샀다가 결국엔 아디제로 프로를 신고 훈련을 하고 그게 잘 맞고 마일리지가 많이 쌓였다고 두 번째 아디다스 프로를 신고 뛰었다. 그리고 크루티도 안 입고 맨날 까만 나이키 상 하의만 주구 장창 입다가 주로에서 사진 한 장이 없다며 제마 때는 하얀 싱글렛을 선택한 권프로. 다행히도 저 멀리부터 잘 보였고 비에 온몸이 젖은 채로 밝게 뛰어왔다. 동영상 찍는다고 폰을 들이 밀고 한 50m를 같이 뛰었나. 다시 돌려보니 웃는 얼굴만 가득한 얼굴이라 마음 놓고 뀨코치를 기다렸다.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준비한 뀨코치. 내가 뛰기 싫을 때마다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누구보다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준 뀨. 그래서인지 뛰기 전날 까지도 제일 떨려했던 모습이 생생하다. 훈련 세션에 가장 꼬박꼬박 잘 나왔고 원하는 대로의 기량도 늘 나왔던 친구라 큰 걱정이 되지 않았다. 내가 있는 지점까지 훈련도 가장 잘 돼 있었기에 예상대로 밝은 미소로 파이팅을 외치며 고맙다는 말도 전하는 여유까지. 시간 상 주넵이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피니시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