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된 작품의 질을 떠나 공간 구성이 상당히 좋다. 영상, 사운드, 텍스트, 무용 이 모든 것들과 교감하는 동시대 미술은 화이트 큐브와 어떻게 감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공간 곳곳에 보인다. 벽과 천장, 공간의 방, 모서리, 바닥 등 공간의 요소를 최대한 이용하여 작품 감상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작품의 컨셉도 같이 조응한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개인적으로 현대미술의 끝을 보고 온 느낌인데 그것이 미술 안에서의 끝이라기보다는, 각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이미 그들의 영역에서 자신이 다루는 매체를 오랜 기간 동안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어떤 정체성을 이미 획득한 상태이며, 미술작가들은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나가기 때문에 그 협업 자체에 집중이 되다 보니 이미 미술이라는 카테고리로는 더 이상 설명 불가능한 느낌이다. 그러니까 마치 CD를 사서 음악을 듣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공연장에 찾아가 무용을 관람하는 이 모든 태도들이 총망라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전시장에 전시되어있다는 점은 공간 구성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좀 고민해야 할 지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아트선재센터에서 김소라의 작품을 봤을 때, 그 영상의 퍼포머가 정영두라는 사실은 적어도 전시장 내에서는 그 어떤 곳에도 기재가 안 되어있다. 미술가들이 어떤 것과, 그리고 누구와 협업을 하느냐에 대한 것은, 과연 동시대 미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협업' 자체에 질문을 던지고, 협업하는 자들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내 불만은 그것의 존재감이나 영향력이 단순히 전시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동시대 미술 자체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아서 인 듯하다. 물론 그래서 그 불만이 이런 협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김성환이나 김소라 작가의 작업에 흥미를 느끼고, 나 또한 내 작업이 그런 협업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이 아니다. 다만, 그 협업의 끝이 어디일까 고민은 된다. 협업이 실은 협업이 아니라, 단순히 빌려오는 것은 아닐까. 미술은 협업을 함으로써 무엇을 얻나. 이익을 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금 미술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내가 취해야 하는 미술의 태도가 어디인지 가늠이 안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