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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길 Apr 16. 2022

포르투갈에 가야겠어

두려움을 감수하는 봄 밤의 꿈

W를 만났다. 겨우 두 번째 만남인데 W와의 시간은 편안하고 즐겁다. 반짝이는 눈으로 새로운 계획을 말하는 W. 그와 대화를 하다 보면 새로운 목표나 영감이 떠오르곤 하는데, 이번에는 '포르투갈 포르투에 가야겠다'는 목표가 섰다. 포르투를 보며 언젠가 친구든 애인을 다시 데려오고 싶다고 느꼈다는 그의 말에 가보지도 않은 포르투의 풍경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4개월 만에 드는 술잔을 기분 좋게 기울이며 W에게 버킷리스트를 늘어놓았다. 날라리가 될 거란 나의 말에 W는 웃음을 터뜨렸고 나도 따라 웃었다. 성공한 배우가 되어 타투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W에게 알리마 약속도 했다. W는 여러 개의 타투를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타투를 더 새기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맑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봄 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는 뜬금없이 선인장이 그려진 녹색 양말을 자랑하는 엉뚱함을 가졌는데 문득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진지한 표정도 가졌다. 그래서 그와의 대화는 다채로운 편이다. 그 다채로운 대화를 더 많이 나누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W는 독일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행이 아니라 정착 목적으로. 두렵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두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지향하는 바가 있노라 말하는 W의 대답이 부러웠다. 그래서 다음에 꼭 독일에 가겠다고 W와의 두 번째 약속을 했다. 그리고 W가 독일에 가기 전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보기로 했다.


알딸딸한 정신으로 지하철을 탔다. 집으로 오는 길에 포르투갈에 있는 나를 상상해보려 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해외에 있는 내가 그려지지 않았다. 포르투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다. 해외에서 12월을 보낼 거라는 버킷리스트를 서른이 되기 전에 반드시 이룰 거라고도 생각했다.


아픈 머리를 붙잡고 침대에 누워 새로움과 두려움을 떠올렸다. 새로운 것에 뒤따르는 두려움을 감수할 만큼의 사랑. 얼마나 갈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지금 서툰 방식으로 그런 사랑을 하고 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을 하는 지금, 나는 없는 돈을 끌어 모아 스튜디오 일을 하고 오디션에 지원한다. 실패와 아픈 평가가 잦은데 비해 수입은 없는 불안정한 구조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끌어안으며 새로운 무언가를 떠올리고 시도한다. W처럼 두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지향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향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로 먹고 살기'다. 떼 부자가 아니어도 좋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을 만큼만 번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다. 연기를 하고,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면서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최선을 다 해 시도하는 것. 이 시도가 단순히  젊은 날의 치기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세상을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했다.


빠른 시일 내에 포르투에 가는 내가 그려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 그림이 현실화되길 바란다.


즐거운 에너지를 주는 W도 지금처럼 반짝이고 건강한 일상을 영위하길 진심으로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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