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먹고 나만 혼자 멈춰있다
또 울대까지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억지로 뜨거움을 삼키며 스스로에게 빈다.
제발... 제발... 멘탈 챙겨라.
존X, X발, 개X끼 같은 비속어에 거부감이 가득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혼잣말로 욕을 내뱉는 시간이 늘었다. 뭣 같은 인생, 풀리는 게 하나도 없다, 살기 싫다... 했다가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찝찝해 아니야 잘 될 거야, 감사하자, 지금도 잘하고 있어... 같은 위로의 말을 늘어놓는다. 누군가 내게 위로랍시고 이런 말을 건넸다면 속으로 생각했을 테지.
'지 일 아니라고 대충 지껄이네.'
아, 역시 속이 꼬일 대로 꼬인 게 틀림없다.
얼마 전 스물아홉 살이 되었다. 서른이 되려면 일 년이 남았는데 이미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누군가 초시계 하나를 앞에 두고 내 인생을 재고 있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계획했던 스물아홉의 나는 현실과 많이 다르다.
나는 여전히 떨어진 오디션에 의연하지 못하다.
나는 여전히 불안정한 수입을 걱정한다.
나는 여전히 스스로의 감정을 마주하는 게 힘들고,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나만 여전히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자꾸 울컥울컥 화가 치민다.
조급할수록 빨리, 많은 걸 하고 싶은데 머리가 시끄럽다.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정작 내 정체성이 뭘까 의문이 든다.
나는 배우일까? 연기를 하는 시간보다 다른 일을 하는 시간이 훨씬 많은데. 양심적으로 요즘은 연기에 투자하는 것도 없잖아. 그럼 부업으로 강의를 다니는 강사인가? 하지만 전문 강사는 아닌걸. 작가라고 하기엔 꼴랑 책 하나, 가끔 외주작업으로 쓰는 원고가 전부고, 감독이라 하기엔 단편영화 하나 만든 게 전부다. 결국 어딜 가도 어중간한 이방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외롭다가, 외롭다고 청승 떠는 내가 웃겨서 부끄러워진다. 나 엄청 징징거리네. 하지만 이런 감정, 들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마음속은 내적갈등으로 굿판이 벌어졌다.
인생은 다양하게 쪼개진 자아를 통합하는 과정이라던데 이렇게 시장통 같은 내 자아도 통합이 되나? 이걸 다 하고 죽으려면 난 좀 많이 걸릴 듯한데. 그럼 더 오래 살아야 하나? 머리가 아파온다.
그동안 직업을 바꾼 동료들이 있고, 결혼을 한 친구들이 있고, 아이를 낳은 친구들과, 승진, 이직을 한 친구들도 있다. 그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동안 나만 홀로 더딘 건 아닐까, 조급함엔 점차 가속이 붙었는데 서른을 앞둔 지금 그 속도가 정점을 찍었다. 이미 엔진은 터지기 직전이라는 걸 알지만, 페달에 올린 발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안다. 이것마저 내 그릇이라는 걸.
2025년을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일기장엔 '시간이 너무 빠르다', '벌써' 따위의 말이 쏟아진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 앞에서 성장통을 앓는 나, 갈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나, 그리고 삐뚤빼뚤한 2025년.
참 얄궂은 아홉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