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자가격리 일기 1
자가격리자가 되었다.
일하러 지방에 내려갔다가 코로나 19 확진자와 접촉하게 된 것이다.
나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코로나 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무것도 하지 않고 2주간 신나게 쉬어 보리라 결심했다.
결심은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알차게 휴식하기'
5평 남짓한 원룸 안에서 나는 어느새 습관처럼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계획에 따라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영화를 봤다.
계획을 다 실행하지 못해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가며 밤을 샐 무렵에야, 나는 경쟁사회에 철저히 세뇌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침대에 누워,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어쩌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미워했던 것들과 선택했던 것들에 대한 의심이 들었고,
부족한 점과 후회스러운 점이 커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내가 단단히 잘못살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니 불안함이 밀려왔다.
미워했던 감정에 죄책감을 느끼고,
내가 미운 마음을 품도록 한 존재들에 분노를 느끼고,
다시 미움과 죄책감을 오갔다.
서울로 올라와 혼자 산 것도 몇 년이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진짜 나를 마주하는 혼자의 시간에 서툰 사람이었다.
남은 나 홀로 일주일 동안 계속 마주해야 할 나.
문득 이 휴가가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