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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 Apr 04. 2024

내 이야기

마음이 아파 아려오는

마음에 그늘이 져서 아려오는 날,


그날에 보이는 바다는

어쩜 그리도 새카맣게 어두워 보이고


파도는 매서워,

금방이라도 나를 삼켜버릴 것 같다.


한참을 펑펑 울어서 눈이 부르트고

잘 떠지지도 않을 것 같은 순간에


그래도 눈을 치켜떠서 주변을 둘러보면

시야가 점점 검은색으로 물들어 좁아진다.


좁아진 시야에 있는 내가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저 건물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고


어떤 문을 열어보면 내 앞에

귀신이라도 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명이 아니라, 그것도 여러 명이서.


그때쯤이면

'트라우마'와는 조금 다른 결에 '트리거'가

내 심장이 금방이라도 멎을 듯


"쿵" 하고 내려앉아,

내 동공을 산만하게 흔들고서

유유히 사라진다.


차라리 계속 마음이 쓰라렸으면 좋겠다.

하루종일 우울했던 그때가 그리워질 만큼


급작스럽게도 찾아오는 트리거는

마음을 급속도로 아프게 만들어서


누군가 내 명치를 주먹으로

아주 세게 친 것처럼 아파온다.


아프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망치고 싶다.

나는 내가 도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죽고 싶지 않다.

죽을 만큼 우울한 마음에 잠겨있지 않다.

그런데도 이렇게 힘든 걸 보면,


내 우울의 근원은 결코

자살을 희망해서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


마음에 잔뜩 낀 구름을 걷고 난 뒤에

하늘을 오랜만에 쳐다봤다.


왠지 모르게 하늘에 눈이 갔다.


올해의 하늘은 이렇게 생겼었구나.

하늘이 가진 색은 푸르고

구름은 뭉게뭉게 껴있으면서도

태양은 잘 보이고,


맑았구나.


왠지 모르게 밤하늘에도 눈이 갔다.

햇님이 들어가고 달님이 떠올랐을 때

하늘을 쳐다본 적은 최근 들어 없었다.


어두운 하늘을 뭣하러 쳐다보나.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고개를 들어봤자 가로등까지였다.


딱 거기까지였는데.

고개를 조금만 더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고 살았더라면


마음이 금방 구름이 걷히듯

그렇게, 나아졌으려나.


일찍 집으로 돌아갈걸.


외면하고 살았던 이 바램이


바깥으로 나와보니 내가 사는 동네에는

바닷비린내가 향긋하게 나고,

석호는 푸르며 아름답고,

저 하늘은 내가 있는 이 땅보다 훨씬 멀구나.


내 늦은 걸음을 후회하도록

미련한 마음을 부추겼다.


이제는 하늘을 쳐다보며 살아야지.

이제는 가로등보다 더 위에를 쳐다봐야지.


이제는 도망치지 말아야지.

이제는 바다가 어둡다는 듯 보이지 않을 거야.


마음에 앉은 딱지를 떼지 말아야지.

딱지가 사라지고 새 살이 올라올 때


다시 진물이 터지지 않게

내 마음을 지켜야지.

소신을 지키고,


애써가면서까지

하늘을 외면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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