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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 Apr 09. 2024

구부리고 펴서 별님을 잡아보자.

심연에서 나와서

행복하냐는 물음에 덥석

행복하고 싶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잘 지내냐는 물음에 글쎄-

그럭저럭 잘 지내는 중이고,

잘 지낼 것이라며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돌아오고 싶지는 않느냐 질문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냥, 언제든 돌아와도 괜찮다고. 아니,

다시 내 품으로 돌아와 달라고.

그렇게 부탁하셨습니다.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피하는 것만이 편하고 쉬운 길이었기에

직면하기까지의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잘못된 줄 알고 있었지만 이미 엎어버린 물을

제 자리에 다시 담아낼 수 없어서.

도무지 수습할 자신이 없어서.


너무 멀리까지 와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이곳까지 돌아오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가까운 길이 있었음에도 불과하고,

멀리. 저 멀리까지 갔다가 오느라 늦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갖다 붙이며,

얼굴 맞대고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미련하게 텍스트로 전하며

용서를 구하고 사과를 전하는 일이

너무나도 잘못되었다는 걸 알지만.


너무 당연한 공황이 온 탓에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당신의 말씀대로,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몇 번을 막힌 입을 열고서 내뱉어보니

숨이 고르게 쉬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집은 편해야 집이라고,

보금자리이며, 누구나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나는 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그 때문에 마음의 병을 더 키우고

결핍을 방치하곤 했는데.


まげて のばして お星様をつかもう
まげて 背伸びして お空にとどこう

구부리고 펴서 별님을 잡아보자.

상처 입고 이겨내고 사랑을 잡아보자.


오늘도 어김없이 저위에 하늘을

고개를 치켜들어 바라보았습니다.


여전히 하늘은 맑고, 바람은 따듯합니다.

계절풍에 향이 곁들여져

아팠던 경험도, 내게 만들어준 좋았던 추억도

전부 생각나리 만큼 포근하고 넓은 하늘이에요.


안녕히 주무세요 다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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