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자랑에 관하여
“그러니까, 소임을 다 했다는 뜻이거든.
자식이 1등을 했다, 대학에 들어갔다, 취업을 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 위치에 대한 자랑도 물론 뒤섞여 있겠지만
결국에는 내 할 일을 다 했어, 나는 최선을 다 했고,
소홀하지 않았고,
쓸모 있는 사람이었음을 말하고 싶은 거거든.
우리 부모님 세대는 사실 내 꿈이니 뭐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돈 주는 곳 들어가 악착같이 버티고, 벌고,
가정을 일구고, 결혼해서 애기 낳고,
그게 너무나도 당연해서, 안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때였잖아.
회사에 한 자리 꿰차고 가족들 먹여 살리고 있는 게,
매일 치열하게 아이들 뒷바라지하는 게,
누구나 해야 하는, 아무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행위들이었잖아.
근데 자식의 성취는 누구나 할 수 없는, 내 노력을 증명할 수 있는 가시적인 실체들이지.
자신의 쓸모를, 가치를 표현하는 방식이
그분들은 그렇게 하는 거라고 배운 것뿐인 거야.
부모로서 잘 보필해왔다고 칭찬받고 싶으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