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by 이연히

유독 그런 날이 있다.


모든 게 힘들고 지치는 날

힘들고 지친다는 말로도 부족한 그런 날


과거의 나를 원망하다

급기야 세상에서 눈을 뜨게 된

그 순간까지 원망하게 되는 그런 날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고

마음 졸여 봤던 스포츠 경기가

전부 부질없게 느껴지는 그런 날


쳇바퀴같이 살아가는 게 억울하고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몇 가닥조차 기분 나쁜 그런 날


나만 이렇게 사는 것 같아 우울하다가

남들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닫고 더 우울해지는 그런 날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결국은 겪어야 하고

사람이기에 결국은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거대한 파도가 덮치듯 한없이 벅차게 느껴지는 그런 날


그런 날이라고 해서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은 없겠지


그저 묵묵히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런 날이 있듯이

저런 날도 있고

이런 날도 있는 거야


그렇게 또다시 살아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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