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길

by 이연히

걷고

또 걷는다.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걷고 또 걸어도

끝은 보이지

아니하고


볼품없는 들꽃.

바람에 쓸린 돌멩이.

냄새나는 흙먼지.


내 마음

알 길 없는

풀벌레의 울음까지

귀를 스치며 괴롭힌다.


이 길의 끝을 봐야 하거늘.


돌덩이처럼 무거워진 육신을

뉘일 수 있는 그늘이나


가빠진 숨을

온전히 내쉴 수 있는

잔잔한 호수 같은.


끝없이 이어진 길을

걷고

또 걷는다.


점점 아득해져 가는 정신을

맹수가 먹이 잡듯

거칠게 휘어잡고


거친 숨이

목울대를 타고 올라와

눈앞을 삼키려 하는 순간


그래,

아직 끝은 보이지 않아도

햇살 한 줄기

내 어깨 감싸고 위로해주지 않겠나.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본 길 위에는

초라한 발자국만이

나를

끝없는 공허 속으로

밀어 넣는다.


무엇을 위해 걷는가

무엇을 바라며 사는가

이토록 이 길은 외로운 것인가

.

.

.

.

나는 몰랐다.


흙바닥에

가만히 자리 잡고 있던 들꽃이

희망이었던 것을


찌르르 풀벌레 소리가

기쁨이었던 것을


몸을 짓누르고

압박하던 거친 숨이,


흙길 위에 선명히 새겨진

발자국들이,


냄새나는 흙먼지와

힘없이 굴러다니던 돌멩이가

삶 그 자체였음을.


애초부터

이 길에 끝은 없었다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