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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Oct 12. 2024

밥그릇 2

엄마에겐 딸, 딸에겐 엄마






엄마, 어, 내다. 지금 운동 중이에요.


응, 저녁 먹고 나왔다. 돈까스 먹었다. 어, 친구랑, 어, 맛있었지, 치돈 안 먹고 그냥 돈까스. 아니, 우동도 나온다. 옆에 쪼끄맣게. 어, 걔, 걔랑 먹었다. 걔는 냉소바. 그건 좀 별로더라. 엄마가 별로 안 좋아할 맛이더라, 덜큰한 단맛. 응, 서울 오면 여기 와 보자, 내랑.


반찬은 무슨. 됐다, 마. 지금은 날이 더워서 택배로 보냈다가는 다 상해서 올 껄. 그러니까 내 7월에 가면 그때 해도. 그리고 엄마가 서울 오면 해주면 되잖아. 음, 미역국. 조개 넣은 거 말고 소고기 넣은 거. 아니, 해봤지. 맛있지 않은 맛이 나던데. 아니다,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했다. 몰라, 난. 늘 최선을 다한다. 그냥 엄마가 와서 해주세요. 냉동실 넣으면 되잖아. 응, 그거랑 음, 콩나물간장조림. 그거 먹고 싶다. 응, 아니, 내가 연락한 건 이 말을 하려고 한 게 아니고,


아, 이불 빨래 어제 했다. 겨울 이불 이제 넣을라고. 귀찮아서 미루다가 어제 했다. 응, 이제 봄이불 꺼냈다. 아니이, 아직 밤엔 춥다. 아직 여름이 한참 남았다이가. 좀 더 더워지면, 알았다아, 내가 알아 할게요. 아니, 그래서 내가 할 말이 있어서,


그릇? 무슨 그릇, 아, 밥그릇? 아직이지, 다이소 못 갔다. 안 멀다, 내일 갈게, 예배 갔다가 들를게, 안 그래도 가려고 했다. 아니, 근데, 엄마가 준 거 아직 멀쩡하다. 잘만 쓰는데 왜 바꾸라 하노. 아니다, 알겠다, 인증사진. 사면 바로 보낼게. 엄마 취향 아니라고 머라 하지 마리. 내 밥그릇이다. 아, 알겠다, 엄마가 최고다. 아, 끊지 말고, 내 할 말 있다고,


잇몸 약 다 먹었나 싶어서. 좀 된 거 같은데 왜 말이 없나 했지. 한 달 왜 쉬노. 그래도 괜찮나. 음, 그러면 일단 한 통 보낼게. 아, 아니다, 한 통 더 보낼게, 이모도 좀 주세요. 같이 드시오, 두 분. 어어, 괜찮다. 안 비싸대도.


어, 응, 알겠다. 잘 다닌다. 양산도 쓰고 그늘로 다닌다. 응, 서울이 더 더운 것 같다. 아빠도 그늘로 살살 다니라 해라. 더울 때는 집에 있고. 알겠다, 알겠다, 어, 내일 다이소, 밥그릇, 인증사진, 알겠다, 커피도 사 먹을게.


응, 나 이제 뛰러 갈 거예요.
응, 안녕히 주무세요, 마마님.
응, 끊어요.


난 그래도 엄마가 준 그릇에 밥 먹을 거거든요. 새것은 금방 살 수 있지만 오래된 것은 그렇지 않으니까, 오래된 것을 아껴야 한다는 거. 엄마한테 보고 배워서 알아요. 그렇지만, 엄마 마음도 알아요. 삶을, 지금의 소소한 것을 소중히 해요.


_



전화를 건 건 난데, 난 응, 어, 알겠다, 알겠다고, 네, 하다가 끝나는 통화, 난감한 우리 엄마, 사랑 동동 우리 엄마. 부산 가야겠다, 엄마한테 가야겠다. 그전에 인증사진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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