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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Oct 12. 2024

성주의 달

엄마에겐 딸, 딸에겐 엄마






성주에서 엄마와 만났다. 성주에는 할머니의 산소가 있었고, 엄마는 엄마의 언니, 오빠와 함께 있었다. 봉분에 흙이 드러난 자리에 떼를 입혔단다, 멧돼지가 그랬는데 또 그럴까 걱정이라며.



엄마의 오빠는, 이제는 못 오겠다 말했다 한다. 그는 대전에서부터 운전해서 왔는데, 그의 아내가 그를 따라 왔다. 돌아가는 길에, 운전을 교대해 주었다 한다. 이제는 못 오겠다는 남동생의 말에 그의 누나인, 엄마의 언니는, 그래, 못 올만 하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의 나이를 더하면 이백 해는 수월히 넘어 간다.



 달이 크고 둥글었다.



 날짜를 확인해 보니 음력 사월 보름이다. 할머니의 산소에 가지 못할 엄마, 인자 못 가겠다, 언니야, 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생각해 본다. 몇 주 전 수술한 엄마의 무릎, 찢어진 연골, 느닷없이 무릎이 찌릿해 온다.



좀 주무세요, 했더니 엄마와 엄마의 언니는, 언제 이 산을 또 보겠냐며, 창밖을 오래 봤다. 나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본 적 없는 것을 본 것처럼, 달이 나를 따라 온다며 흰소리했다.



일찍 누워 지난 몇 시간을 되짚었다. 부산집 이불에서 엄마 냄새가 난다. 둘둘 말고 자야겠다. 나를 따라 온 달이 휘영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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