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02 성모영보 성당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 루카 1장 26-38절 -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내려와
처녀였던 마리아에게 갑자기 천사가 내려와 아이를 잉태할 것이라 한다.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날벼락같은 소리인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지만 마리아는 순종하며 예수님을 받아들인다. 예수님의 탄생 예고는 나자렛의 작은 집에서 이루어졌다.
처음 방문한 곳은 바로 성모 마리아가 가브리엘 천사의 예수 탄생 계시를 받은 곳. 성모 영보 성당이었다. 웅장한 크기에 압도되는 성당이었다. 나자렛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곳이다. 성모 영보 성당의 정문에는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에게 예수 잉태 소식을 전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공사 중인 듯 중장비와 재료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한쪽 벽이 막혀 있는 것으로 보아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전 세계 마리아 그림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 성당 주변을 빙 둘러 쳐져있는 회랑에 수백 개의 성모님이 걸려있다. 각 나라마다 특징을 살려 성모님을 그려 각 그림마다 개성이 잘 살아있다. 한국 성모님은 고운 한복을 입고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다. 여기 온다면 한국 성모님 뿐만 아니라 다른 성모님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성모영보성당 정문에서 왼편을 보면 성당 앞을 지키고 있는 성모님을 만날 수 있다. 이 곳 성모님의 손을 잡으면 복이 온다고 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성모님 손을 잡는 바람에 성모님 손이 새까매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안 잡을 수가 있나!!
성모 영보 성당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1층은 동굴 성당을 기념하고 있고, 2층은 성당이 위치하여 있어 미사가 열린다. 1층에 있는 동굴 성당은 마리아가 천사의 계시를 받은 곳으로 추정하는 곳이다. 고고학 발굴 당시 예수님이 살던 시절의 집터로 밝혀졌고, 이 곳을 예수님이 생활했던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당 안에 두 기둥은 마리아가 서 있던 곳과 천사가 있던 곳에 세워졌다고 한다.
특히, 가운데 뚫려있는 구멍 사이로 빛이 들어와서 1층 전체를 비추고 있다. 성당은 빛을 굉장히 세심히 고려하여 지었다. 2층에서 내려오는 빛이 동굴성당을 환하게 비추고 있어서 더욱 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성당은 324년에 처음 지어졌고, 파괴되고 새로 지어지고 반복하다가 지금의 성당은 1969년에 완공되어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성당 한쪽 벽을 복구공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마침 동굴 성당에서 의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일반인은 들어가지 못하게 잠겨있었는데 기도 의식 때문에 열렸다! 이 집 터에서 가브리엘 천사와 마리아가 만났던 자리에 제대가 세워졌다. 그래서 매일 이 곳에 기도를 드리며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 함께 기도를 드릴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성당 아래에 유적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면서 파괴하지 않고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헤로데 시대부터 비잔틴 시절까지 유적들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고고학자를 꿈꿔온 나에게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들어가는 문에 예수님의 일생이 요약되어 그려져 있었다. 왼쪽 상단부터 반시계방향 순서대로 예수님 탄생 - 이집트로 피신 - 예수님 어린 시절 - 세례 - 가르침 - 십자가에 죽음 - 승천이 부조로 조각되어 있었다.
1층에서 기도를 드리고 2층에서 다 함께 미사를 드렸다. 이번 패키지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미사를 매일 본 다는 것이다. 평생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성지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다니! 게다가 그 미사를 한국어로! 더군다나 황창연 신부님이 직접 말이다!
이 멋진 성당에서 가족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이곳에서 예수님과 요셉과 마리아는 가족이 되었다. 예수님의 가족은 어땠을까? 화목했을까? 부부싸움은 했을까? 예수님도 사춘기가 왔을까? 나에게도 가족이 있다. 지금은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나도 언젠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을 만들 것이다. 누군가의 남편이 될 것이고 누군가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미사를 드리면서 예전에 어머니와 함께 나눈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부산의 큰 종합병원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의 10대 시절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10대 시절 공부만 했던 것이 아쉽다고 했다.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으면 지금 이렇게 방황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어 "
나의 투덜거림에 어머니께서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엄마도 결혼이 처음이었고, 가족이 처음이었고, 육아가 처음이었다.
엄마는 나를 잘 키우고 싶었기에, 학원도 보냈고, 과외도 시켰다. 때로는 혼을 내었다.
어릴 때는 그런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다. 엄마도 엄마로써 방황했던 것이다.
누구나 처음이다. 잘해보고 싶지만 실수를 할 수 있고, 실패를 할 수 있다. 처음인데 어떻게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을까? 괜스레 투정 부린 내가 미안했다.
가족이 된 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예수님은 그냥 신적인 존재로 내려와도 되었다. 굳이 가족을 이루지 않으셔도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예수님은 성모님과 요셉의 자식으로 태어나셨다. 성모님도 엄마가 처음이었고 요셉도 아버지가 처음이었다. 분명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을 최대한 잘 키우기 위해서 노력했을 것이다. 가족이 된 다는 것은 어떠한 실수와 실패에도 감싸주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뜻하는 것이지 않을까? 예수님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느님의 사랑에 가장 가까운 것은 부모님의 사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