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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Dec 31. 2018

황창연 신부님과 첫 만남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01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1. 첫 만남


이번 여행은 200명이 참가한 대규모 순례 여정이었다. 30-40명 규모의 패키지여행은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200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은 분들이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대기 순번까지 있어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일찍 신청하지 않으면 가지도 못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나는 경남 창원에 살고 있다. 비행기는 인천 공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늦은 밤에 리무진을 타고 인천 공항까지 가야 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가는 직항 편은 인천 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 항공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서울 사람들이 참 부럽다. 



초록색 조에 배정받았다.

이번 여행은 황창연 신부님과 가톨릭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가 함께 했다. 200명을 동시에 움직이다 보니 가이드만 해도 6명 이상 동원되었다. 4개 조로 나눈 뒤 각각 가이드가 따로 붙었고, 총괄하는 가이드가 따로 있었다. 우리는 인천공항 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고 있어 찾는데 어렵지 않았다. 이름을 이야기하자 초록색 티셔츠와 함께 가이드북, 가이드 오디오, 지도, 손수건 등등 굿즈를 받았다. 색깔별로 조를 표시하는 것 같았다. 주황색, 노란색 등등. 그리고 초록색을 입고 있는 분들은 우리와 11일 동안 함께 할 조원들이었다. 아직은 서먹서먹하여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공항에서 만난 황창연 신부님

운이 좋게도 등록을 마치자마자 황창연 신부님을 뵐 수 있었다. 멀리서 웅성웅성 사람들이 몰려 있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단번에 황창연 신부님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인사를 드렸다. 하도 많이 가신 극성팬이셔서 그런지 황창연 신부님은 어머니 이름을 기억하고 계셨다. 게다가 나도 알고 있어 더욱 놀랐다. (얼마나 이야기를 많이 하신 거야.. )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뜻깊은 여행이 되라고 덕담을 해주셨다.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

처음 본 황창연 신부님은 웃는 모습이 참 인상적인 분이셨다. 그동안 녹음테이프 혹은 어머니께서 녹음해온 강연으로만 접했다. 처음 본 신부님의 인상은 "키가 작다"였다.  나도 165c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키라서 키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엇을 입어도 아동복 같고, 멋지게 입고 싶어도 태가 나지 않았다. 키 크고 옷맵시 좋은 친구들을 볼 때마다 부러웠고, 키 작은 나 자신이 초라했다. 하지만 황창연 신부님은 다른 느낌이었다. 키가 작으셨어도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사람들을 시종일관 압도하고 있었고 얼굴에는 자신감과 행복이 가득했다. 키가 작다는 사실을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 작은 체구에서 키 큰 사람들보다 더 큰 포스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이스라엘로 가는 여정이 매우 고되었다. 직항이라도 비행시간만 10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비행이었다. 영화를 세 편을 보고, 잠을 두 번을 자고 일어나도 아직도 비행기는 한 참을 더 가야 했다. 이코노미라서 좌석도 불편했다. 허리가 안 좋으신 어머니께서도 방석을 두세 개씩 베고 계셨다.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

10시간의 비행이 끝이 나고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입국심사를 하러 긴 통로를 지나갔다. 2년 전 키부츠 봉사활동을 위해 이 길을 지나갔는데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 개인적 사정으로 봉사활동 직후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서 제대로 여행을 못했던 아쉬움을 지금 풀게 되었다.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도 모두 피곤해 보이셨다. 버스를 타고 텔아비브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나자렛으로 출발했다. 패키지여행은 이게 좋은 것 같다. 모든 게 미리 다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지저스 트레일이 시작하는 곳이자 예수님의 어린 시절과 처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받들고 위대한 여정을 시작한 곳. 나자렛. 우리의 첫 여정을 위해 나자렛으로 향했다. 


나자렛으로!


나자렛에 있는 한 호텔에 도착하자 12시가 넘었다. 가이드가 각자 지정된 방을 주면서 내일 일정을 설명해 주었다. 


" 여러분, 피곤하시죠? 12시가 넘었으니 어서 씻고 주무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아침식사는 6시부터이고 7시 반에 강당에 모이시면 됩니다. " 


네?? 6시요? 

지금 자도 1시에 자야 하는데요? 


가이드가 빙긋 웃었다. 


"시차 때문에 아마 3시 반에 일어나게 되실 걸요? "






정말이다. 

정확히 3시 반에 칼 같이 기상했다. 

어머니도 이미 일어나 계셨다. 시차의 무서움이란.. 



나자렛의 아침

6시 조금 안되어 식당에 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있었다. 한국 사람들 부지런함은 알아줘야 한다. 아침도 먹고 커피도 한 잔 하면서 호텔에서 나자렛 풍경을 감상했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는 참이라 도시가 더욱 아름다웠다. 전날은 밤늦게 도착해, 이렇게 예쁜 도시인 줄 몰랐다. 이 곳에서 어린 예수님이 자랐던 것이다. 


여러분 INRI을 알고 계시나요? 혹시 예수님 십자가 위에 이 글자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INRI은 예수님이 십자가 형을 받게 된 죄명입니다. 라틴어로 IESVS·NAZARENVS·REX·IVDÆORVM. 즉, 유다인의 왕 나자렛 사람 예수라는 뜻이죠. 스스로 유다인의 왕을 외쳐 지배자였던 로마에 반란을 꾀했다는 죄명이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의 고향을 나자렛으로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태어난 곳은 베들레헴이지만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낸 곳은 이곳 나자렛이었고, 처음으로 뜻을 품고 30세 여정을 떠나는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전날 나는 인천에서 황창연 신부님을 만났고, 오늘 나는 나자렛에서 어린 예수님을 만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인 요셉을 따라, 어머니 마리아의 품 속에서, 나자렛의 어린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던 그 자리에 내가 서 있었다. 


처음으로 예수님과 같은 공간에 서게 되었다. 



다함께 인사!! 


아침을 먹고 200명의 인원들이 강당에 모였다.  

가이드분들과 황창연 신부님 그리고 수원교구에서 함께 오신 신부님들과 인사를 함께 했다. 

신부님의 짧은 이야기와 함께 가이드님이 주의사항과 첫날 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셨다. 


드디어 예수님의 발자취를 함께 걷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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