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03 성가정 성당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고 마리아에게서 예수가 나셨는데 이분을 그리스도라고 부른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경위는 이러하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을 하고 같이 살기 전에 잉태한 것이 드러났다. 그 잉태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법대로 사는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낼 생각도 없었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요셉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에 주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서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라를 아내로 맞아들이어라.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예수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다. " 하고 일러주었다.
이 모든 일로써 주께서 예언자를 시켜,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의 천사가 일러준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 마태오 1장 18,20-24 -
성가정성당 (성요셉 성당)
성모영보 성당 바로 옆에 위치한 성가정성당을 방문했다. 같은 공간을 나눠 쓰고 있어서 정말 바로 옆에 있다. 이 곳은 요셉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성당을 세웠다. 목수의 작업장으로 발굴이 되었다. 어린 예수님과 아버지 요셉이 일하면서 함께 추억을 보냈던 곳이다. 그래서 성가정성당이자, 성요셉 성당으로 불린다. 성모영보 성당보다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지만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성당이었다.
요셉 성인은 참 불쌍한 분이라 생각한다. 성모님은 미리 알려주면서 요셉에게는 끝나고 통보하다니.. 좀 미리 알려주시지.. 갑자기 약혼한 사람이 애가 있다고 하면 얼마나 놀랄까. 지금으로 치면 친자 확인했는데 남의 자식으로 판명난 게 아닌가! 요즘에도 경악할 만한 사건인데 그 당시면 더 심했을 것이다. 이걸 묵묵히 받아들인 것만으로도 성인의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성당은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다. 지하에 요셉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남겨져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작은 제대가 마련되어 있다. 요셉의 일생이 스테인드글라스로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가톨릭을 잘 모르는 지인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마리아를 믿는 종교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의 어머니로써 존경의 의미이지 마리아를 믿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곤 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성당 앞에 항상 서 있는 동상이 성모님인 점을 보아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어딜 가나 성모님이 가장 먼저 보이니 말이다. 그런데 요셉은 찾아보기 정말 힘들다. 요셉 성인의 동상이 있으면 오히려 이 곳은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일까 궁금해하곤 한다. 성모송 기도로 수백만, 수천만이 성모님에게 기도하는데 요셉 송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요셉 성인에게 기도를 청하면 바로 들어주실지도 모르겠다. 아들아 너뿐이구나. 하면서 말이다. 이스라엘 성지인 이곳에서 조차 차별대우는 이어진다. 옆에 성모영보 성당에는 전 세계에서 온 성모님이 수백 점이 걸려있는데 성요셉 성당에는 변변한 그림 한 점 만나기 어렵다. 내가 처음 만난 요셉 성인은 성당 앞에 서 있는 동상이었다.
아버지는 외롭습니다.
처음 만난 요셉 동상의 인상은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가 느껴졌다. 일부러 그런 것일까. 퇴근길 아버지의 모습이 느껴지는 것 무엇일까?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이 연상되는 것 같았다. 이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이 요셉 성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이 시대의 아버지도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회사에서 고생 고생하지만 정작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어머니에 비해 덜 살가운 모습이고 거리가 먼 모습이다. 회사에서 온갖 비바람을 다 맞아서 가정에서 쏟을 에너지가 없던 것일까? 가정에서 항상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은 가족이 미래를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희생이 아닐까? 어릴 때는 몰랐지만, 아버지는 표현이 서툴렀을 뿐 어머니 못지않게 가족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앞에서 내색하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가정을 책임지는 아버지의 모습이 요셉의 모습이자 한국의 아버지가 아닐까. 한국의 아버지는 충분히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아버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