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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Jan 30. 2017

함께 여행한다는 것

두 세계의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



친구와 단 둘이 여행을 해본 적이 언제였을까? 나에게 일본 도쿄 여행은 첫 해외여행이자 첫 친구와 둘이서 간 여행이었다. 우리는 학교에서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였고, 셀 수 없이 많은 날을 친구의 자취방에서 보내었다. 나의 단점도 친구의 단점도 알만큼 우리는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함께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도 아무런의심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두 세계가 부딪히는 과정이다. 연애도 그렇지만 여행에서 함께한다는 것은 결국은 하나의 목표에 대해서 서로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도쿄 여행의 여행루트는 함께 짜긴 했지만, 대부분 여행루트는 내가 만들었다. 맛집 역시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쪽으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당시 루트를 짤 때만해도 우리는 대박이라는 말을 연신 해대며 재미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결정적인 문제가 여기서 발생했다. 우리는 여행에 대해서 크게 고민해본적도 없으며 함께 여행한 경험도 없었다. 함께하는 여행은 서로의 기호를 파악하고 타협과 양보에 의해서 이루어져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남들이 간 루트를 전적으로 활용했고 전혀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보고 싶은지 말이다.



상황은 둘째 날부터 시작되었다. 블로그를 보고 만들었던 루트이다보니 시부야 근처 쇼핑위주로 루트가 짜여졌다. 우리는 전혀 쇼핑과는 거리가 먼 종족이었다. 명품과 신기한 물건들은 금방 질렸고 우리는 점심 이후부터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많은 걸음을 걸었지만 우리는 즐거움보다는 무언가 어긋나고 재미가 없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상황은 셋째 날에 악화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여행은 재미가 없어졌고, 무더운 여름날 쉽게 지치고 불쾌지수는 올라갔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불만이나 여행에 대한 어떠한 수정사항도 없었다. 서로에게 상처와 갈등을 주기보다는 참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서는 마음이 맞았던 것 같다.


함께 여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함께 시간이 오래되었고, 오랜 기간 우정을 나누었다고 했지만 정작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아프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 여행하는 것과 혼자 여행하는 것. 어느 것이 낫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함께 여행한다면 좀 더 터놓고 속마음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이 맞지 않고 어떤 부분이 맞는지 안다면 여행이 한 층 더 편해지고, 더욱 서로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어렸고, 상처주기 두려웠고,무더운 여름에 그저 꾹 참고 이 여행이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함께 여행 한다는 것(2) - 이불 밖 만남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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