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의 만남은 특별했다.
여행을 갔을 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때가 있다. 전혀 모르는사람을 만났을 때다. 어떻게 보면 나의 생활패턴과 가장 이질적인 존재와의 만남이 아닌가.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지만, 여행에서의 만남은 특별함을 주는 것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행의 국면이 전혀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도쿄여행에서 셋째 날 밤. 우리의 여행을 180도 바꾸게 한 사람을 만났다.
셋째날, 우리는 멋진 스시를 먹고 집 앞에서 미소라멘까지 먹고나서야 만족하고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9시였나 10시였나 숙소로 들어갔을 때 우리방에 낯선 손님이 있었다. 우리 방은 4인 1실이었는데, 당시에 4명중 3명이 방을 쓰고 있었다. 1명이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이번에 만나게 된 것이다. 방에서 잠깐 통성명을 하고 그분은 우리보다 세 살 많은 형이었다.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형은 일상같은 여행에 새로움을 주어 반갑기도 했다. 우리는 맥주 하나씩 사서 집 앞 놀이터에서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넷째날 일정을 알려주자 자기가 가려는 곳과 비슷하다며 같이 동행을 요청했다. 새로움을 주는 형의 합류에 흔쾌히 동의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리프레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형의 합류는 우리의 여행에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마치 이적하자마자 득점왕을 하면서 팀을 이끌어가는 스타 플레이어 같은 모습이랄까. 여행을 많이 해본 형은 능숙하게 우리를 리드해주었다. 처음에는 내가 생각하는 데로 진행되지 않자 조금 속상하기도 했는데, 점점 재미있어지는 여행에 나도 모르게 즐기게 되었다. 뭐랄까 강한촉매제라고 할까. 나와 친구 사이에 벌어져있는 거리를 중간에서 강하게 끌어당겨주었다. 우리는 예정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았고, 단순한 여행이 아닌 정말 서로가 원하는 곳으로 움직였다. 한 쪽이 원하면 다른 쪽이 원하는 곳도 갔다. 적절히 타협하고 윈윈이 되게 하는 것. 형의 존재는 일본여행의 추억자체를 즐거움으로 남게 만들어주었다.
더군다나 마지막으로 간 온천에서 형이 솔선수범하여 한국 여자아이들을 헌팅하신게 아닌가!! (무한존경)
처음에는 한국말 잘하는 일본사람인 척 하면서 접근했다. 순수한 친구들인지 그대로 믿는게 더 귀여웠다. 이후에는 경상도 사투리로 무장한 우리들이 대화를 이끌어갔지만 분명 형의 공로가 지대했다. 마지막날 우리는 드디어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함께한다는 것은 분명 희생이 따른다. 형도 양보하고 우리도 양보했다. 서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히 어필했다. 분명 여행을 더욱 유익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배려보다 이해였다.
우리는 보통 친한 친구와 여행을 가곤 한다. 내 생각에는 그것은 이불속과 이불 밖의 중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이불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이불을 들고 밖을 나온 느낌이랄까? 우리는 여행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이불 속에서 밖을 보고 있는 착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때 한번쯤 새로운 사람간의 만남은 우리에게 이불 밖의 경험을 강하게 전달해 줄지도 모른다. 게다가 여행과 일상의 괴리감을 단숨에 해소시켜줄지도 모른다.오히려 더 여행을 망칠 수 있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특별한 경험을 하려면 모험도 필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