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의 성지를 가다
2009년 8월에 간 도쿄여행 중 아키하바라 여행입니다.
나는 오덕이 아니다. (진지) 하지만, 일본애니와 라이트노벨은 좋아한다. 라이트한 유저라고 할까. 오덕은아니지만, (애초에 오덕을 정의하는 기준이 정확히 모르겠지만) 애니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는 여행에서 꼭 가야하는 곳 중 한 곳이었다.
아키하바라역을 내리는 순간, 나는 애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이들었다. 역에서부터 큰 길가를 걸으면서 수많은 메이드복을 입은 이쁘신 분들이 웃으면서 우리를 맞아주고있었다. (보통 이 분들은 메이드카페를 홍보하는 사람들이다. ) 같이사진을 못 찍어서 아쉬웠지만, 보는 것 만으로도 이곳이 아키하바라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멀쩡한 거리였지만, 나의 눈은 격렬하게 각종 애니 관련상점과 나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함께한 여성들을 찾기 시작했다.
수많은 책들과 애니 피규어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신세계를 느꼈다.한층 한층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우리는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빨간색 종이로 큼지막하게천장에 달려있는 그것은 분명 19세 미만 출입금지 표시였다. 하지만우리는 성인이 아닌가!! 당당히 어깨를 펴고 올라갔다.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대형화면에 비추어진 남녀간의 사랑장면이었다. 딱그 한 층만 들릴 정도의 볼륨으로 우리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이곳 관계자가 우리가 보던말던 별로 신경 쓰지도 않고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DVD 들이 있었다. 애니관련 건물인지라 19세애니들로 가득했다. 가격을 보니.. 음.. 우리나라 돈으로 4만원이상한다. 고이 다시 넣어두자.
수 천벌의 코스프레 상점. 나는 엄두도 못 낼 패션을 한쪽에서는 당당히입어보면서 사람들. 거울로 자신의 코스튬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들. 아키하바라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공주님 드레스와각종 코스튬플레이. 아키하바라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 혹은취향에 대해 인정해주기 때문이라 생각이 들었다. 특히 도쿄가 더욱 그럴 수도 있지만, 신주쿠와 시부야 그리고 아키하바라, 내가 갔던 번화가는 마치 10년뒤 미래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자신만의 개성을 서로 뽐내는 듯한. 그속에서도 일본스럽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말이다.
아키하바라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나의 10대시절 함께한 여성들과 애니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몇몇 여행기를보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혹은 드라마에 나온 곳을 그대로 가보는 이른바 성지순례를 하는 여행기들을 보았다. 특히나아키하바라는 오덕들의 성지가 아닌가. 나는 조금이나마 성지순례를 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