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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Jan 05. 2019

물을 포도주로 만든 기적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06 - 카나의 혼인잔치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시,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하셨다. 그들은 곧 그것을 날라갔다.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 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 요한 2장 7-10절 -



성당으로 들어가는 길 


카나의 혼인잔치 기념성당

갈릴래아 호수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난 후 다시 카나로 돌아갔습니다. 카나는 예수님께서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신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관리의 아들을 살리신 기적을 행하기도 하셨죠. 사도 바르톨로메오가 카나 출신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공생활을 선포하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와 함께 카나의 혼인잔치에 초대를 받게 됩니다. 즐거운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어머니가 발견하게 됩니다. 걱정하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바뀌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성서에서 나오는 첫 번째 기적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혼인잔치 기념성당인 만큼 많은 순례자들이 여기서 혼인 갱신 서약을 하는 의식을 행합니다. 이 곳에서 다시 혼인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도 행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 기념성당


카나의 기념성당 안 제대에 기적을 기념하는 물항아리가 제대를 꾸미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순례단이 도착했을 때 성당에서 행사가 진행 중이라 성당은 들어가지 못했거든요. 대신 작게 박물관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예수님 시절 유적을 구경하였습니다. 


예수님 시기 유적들이 다수 발굴되었다고 한다.

이 곳에서 예수님 시절 유적들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성지들을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은 유물을 들을 거의 원형 그대로 최대한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 위 성당을 짓되 유적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보존하면서 관광객들이 관람하기 편하게 구성하는 것이 돋보였습니다. 




비록 가나의 혼인잔치 기념성당 안을 들어가 보지는 못하였지만,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신 곳을 기념하며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 곳에서 와인도 판매하고 있으니 오신다면 와인 하나 구매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기적에 대한 생각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은 이후 다른 기적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물 위를 걷는 기적이나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거나 병자를 낫게 해주는 기적 등 많은 기적을 행하십니다. 기적들은 대부분 누군가가 예수님께 간절히 바래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 기적을 행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사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기적은 굳이 기적을 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어머니의 걱정이 있었지만, 3-4일 동안 계속되는 혼인잔치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는 포도주는 금방 떨어지기 마련이었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지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주 있을 법한 일이었죠. 굳이 기적을 행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을지도 모릅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 굳이 기적을 행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혼인"이라는 두 글자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는 결혼입니다. 한 명의 이성과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결정이기 때문이죠. 예수님 시절에는 단순히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가문과 가문 혹은 부족과 부족의 결합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였습니다. "혼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 혹은 믿음입니다. 믿음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적을 행할 때는 언제나 이 믿음이 등장합니다. 


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되는 "혼인". 예수님께서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물을 포도주로 바꾸면서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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