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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Apr 02. 2019

나를 따르라.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 갈릴래아 호수를 걷다.

"그리고 나자렛을 떠나 즈불룬과 납탈리 지방 호숫가에 있는 카파르나움으로 가시어 자리를 잡으셨다. "

마태오복음 4장 13절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두 형제, 곧 베드로라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가 호수에 어망을 던지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거기에서 더 가시다가 예수님께서 다른 두 형제, 곧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이 배에서 아버지 제베대오와 함께 그물을 손질하는 것을 보시고 그들을 부르셨다. 

그들은 곧바로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

마태오복음 4장 18- 22절 


갈릴래아 호수를 만났을 때 예수님이 베드로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며 제자로 삼으시는 대목이 생각났습니다. 나를 따르라라는 성가도 어릴 때 참 많이 불렀었죠. 이 곳에서 예수님은 베드로를 포함해 4명의 제자를 만나고 함께 합니다. 제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어떤 모습을 보고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따르게 되었을 까요? 




순례단은 직접 갈릴래아 호수를 찾아갔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는 지금도 배가 오가고 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예수님과 베드로가 만난 그 현장을 함께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 배를 탈 때는 날씨도 좋지 않고 바람도 꽤 불었습니다. 



왼쪽 맨 앞이 저 입니다. ㅎㅎ




나를 따르라. 


인원이 많다 보니 배를 두 척으로 나누어 탑승했습니다. 가이드분께서 갈릴래아 호수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이 곳에서 베드로 사도와 예수님과의 일화를 이야기했습니다. 기도를 드리고, 베드로 사도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성경에서 참 중요한 분입니다. 12 사도 모두가 중요하지만 우리는 베드로를 제외하면 어떤 분들이 있는지 잘 모르죠. 아이돌 가수가 9, 10명이어도 금방 이름을 외우는데, 12 사도들의 이름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니.. 그만큼 다른 사도에 비해 베드로 사도의 비중이 성경을 포함해 가톨릭 전체에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조금 미안하네요. 


갈릴래아 호수 주변에서 어부라는 직업은 흔하면서 꽤 촉망받는 직업이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가장 주력산업이기도 했죠. 지금으로 따지면 대기업에 다니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그러한 안정적인 환경에서 예수님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납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같이 일하던 아버지를 두고 올 정도입니다. 대기업에 잘 다니던 한 가장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창업가를 따라 퇴사하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요? 만약 나라면 혹은 내 친구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요? 


성경을 읽으면서 베드로의 모습을 따르고 싶어 하지만, 현실에서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갑작스럽게 나에게 이러한 결정을 해야 한다면 선뜻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 저는 모두가 베드로처럼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먼저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보다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꿈 혹은 목표 설정이라 생각했습니다. 과연 베드로가 아무 생각 없이 혹은 그냥 달콤한 혀놀림에 모든 것을 포기했을까요? 그는 어쩌면 그전부터 예수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의 형제들 또한 예수님과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가 올 때를 대비하여 항상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그 앞에 왔을 때 미련 없이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았을까요? 


대기업에 갑자기 퇴사하고 스타트업에 가는 분들. 혹은 창업을 하는 분들. 많은 분들이 패가망신의 길이다. 사서 고생하냐는 말을 합니다. 갑자기 모든 걸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걷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정말 충동적으로 행할 수 있지만, 정말 갑작스러운 결정일까요? 저는 준비된 자만이 혹은 고민을 한 자만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베드로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 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닌 포기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노력과 준비가 있었기에 예수님이 그 앞에 왔을 때 미련 없이 자신을 포기할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 


예수님께서는 곧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먼저 가게 하시고, 그동안에 당신께서는 군중을 돌려보내셨다. 군중을 돌려보내신 뒤, 예수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혼자 거기에 계셨다. 배는 이미 뭍에서 여러 스타디온 떨어져 있었는데, 마침 맞바람이 불어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새벽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유령이다!” 하며 두려워 소리를 질러 댔다. 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자 베드로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예수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갔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 그래서 물에 빠져 들기 시작하자,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예수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쳤다. 그러자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분께 엎드려 절하며,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마태오복음 14장 22-33 절 



예수님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기적을 행합니다. 바로 물 위를 걷는 기적이었습니다. 사람이 물 위를 걷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처음 그 광경을 본 제자들도 유령인 줄 착각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용기를 내어라 말씀하시고, 베드로가 용기를 내어 물 위를 걸으려 시도합니다. 하지만, 두려움에 베드로는 물 위를 걷는 것을 실패하게 되죠. 


예수님이 보여주신 수많은 기적 중에 제자들에게 직접 행하는 기적은 몇 안됩니다. 대부분 다른 이들을 위해 기적을 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제자들은 정말 많은 특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가장 가까이서 뵐 수 있었고, 항상 함께 할 수 있었죠. 따라다니는 군중들이 제자들을 우러러보았을 것이고, 제자들 역시 자신들이 예수님과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제자들도 예수님을 믿지 못하고 두려움에 물 위를 걷지 못합니다. 


저 역시도 믿음이 강하지 못합니다. 갈릴래아 호수를 배를 타고 가면서 잠시 강풍이 불었습니다. 배가 넘실넘실했는데 절대로 배가 뒤집힐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기더라고요. 거센 강풍에 지금보다 더 열악한 배 위에서 베드로 사도는 더 두려웠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롯이 믿는 자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기적을 행하여 주셨습니다. 그 기적들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일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한 적이 있는지. 믿음을 가지고 주변의 유혹에 맞설 수 있었는지. 믿음이 있는 자들이 물 위를 걸었고, 나병이 고쳐졌고, 죽었다가 살아나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금껏 확신이 없이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뒤돌아보면 분명 좋은 기회였고, 찬스였는데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흘려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예수님은 나를 믿고 물 위를 걸으라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두려움에 걸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믿음대로 소신껏 간다면 결과를 떠나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합니다.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면서 베드로의 심정이 되어 짧게 묵상을 하였습니다. 갈매기들이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이네요. 점심때 가져온 빵을 조금씩 나누어주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 십 마리가 떼 지어 와서 빵을 먹으려 달려드네요. 호수에서 불던 강풍은 어느새 멈추고 잔잔한 호숫가를 건너 반대쪽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갈릴래아 호수에 대한 박물관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 곳에 실제로 예수님 시절 타던 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낡고 부스러져 그 존재 정도만 남아있는 배. 예수님의 물 위를 걸으라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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