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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Sep 26. 2019

거룩한 모습으로 변모하신 예수님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 타볼산 

이 말씀을 하시고 여드레쯤 되었을 때,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였다. 영광에 싸여 나타난 그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을 말하고 있었다. 베드로와 그 동료들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나 예수님의 영광을 보고, 그분과 함께 서 있는 두 사람도 보았다. 그 두 사람이 예수님에게서 떠나려고 할 때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 베드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베드로가 이렇게 말하는데 구름이 일더니 그들을 덮었다. 그들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자 제자들은 그만 겁이 났다. 이어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이러한 소리가 울린 뒤에는 예수님만 보였다. 제자들은 침묵을 지켜, 자기들이 본 것을 그때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 루가복음 9장 28-36절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거룩하게 변모하신 예수님 - 타볼산


갈릴래아 호수에서 타볼산으로 이동했습니다.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산까지 버스로 이동해서 등산하지 않았습니다. 타볼산은 주님이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시다가 거룩한 모습으로 변모하신 곳입니다. 1924년 이전 교회 터에 다시 지어졌다고 합니다. 타볼산은 제자들 앞에서 거룩한 모습으로 변모하여 모세와 엘리야와 이야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 오는 곳입니다. 십자군 시대 때부터 지어진 성벽과 교회, 수도원 등의 건물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성당 주변의 유적들도 구경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왼쪽과 오른쪽에는 각각 엘리아와 모세를 기념하는 제대가 있습니다. 위층과 지하 각각 있으니 둘 다 구경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미사 전 모세와 엘리야 두 분 중 한 분에게 각자가 기도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님을 닮아 우리도 변모하는 모습을 기원하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거룩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미사 도중에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비를 처음 만나는 터라 미사가 끝나도 비가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미사는 엄숙하고 장엄하게 열렸습니다. 자리가 한정적이라 계단에 앉기도 하고 바닥에 앉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성지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미사를 마치자 비가 그쳤습니다. 다들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니 더욱 맑은 하늘과 성당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거룩하게 변모하고 싶은 우리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타볼산에 올라가 기도를 드립니다. 기도를 드리자 거룩한 모습으로 변모하시면서 엘리야와 모세와 함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그동안 제자들은 잠에 빠져 있다가 그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베드로는 이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이곳에 초막 셋을 짓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 구름이 주변을 뒤덮습니다. 제자들은 겁에 질려 두려움에 빠집니다. 그 순간 하늘에서는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는 말과 함께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다가옵니다. 

거룩한 변모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며 기도에 대해 묵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주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는 순간은 "기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밥을 먹기 전, 힘들 때, 일어날 때, 자기 전에 많은 시간에 기도를 드립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기도하는 순간이 거룩하게 보인다고 하지 않습니다. 예수님만의 특권일까요? 개인적인 묵상으로는 우리는 기도가 아닌 잠을 자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제가 필요할 때, 힘들 때만 하느님에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평소에는 잠을 자며 하느님을 외면했죠. 하지만 어머니는 매일 새벽같이 기도를 드립니다.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아닌 그저 하느님에게 대한 순수한 기도를 드립니다. 저도 모르게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서 거룩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오. 저는 "기도"가 아닌 "잠"을 자고 있었는지 반성하며 묵상을 했습니다. 

또한 어쩌면 예수님께서 거룩한 모습으로 우리 옆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잠에 빠져 있다가 뒤늦게 거룩한 예수님을 만나고 그 예수님을 떠나보내기 싫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그의 말을 들어라고 하는 것은 무지하고 어리석은 우리에게 초막 짓는 행위보다 성서의 말씀과 예수님의 행동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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