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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Jul 23. 2019

베트남에서 지갑 없이 살아본 하루

그랩 페이로만 살아본 하루

큰일이다. 현금이 없다. 

아니다. 더 큰일이다. 현금이 아니라 지갑이 없다. 


현금이 없으면 카드라도 쓰면 되는데 카드조차 없다. 

내 호주머니에는 핸드폰 하나뿐이었다. 


그랩 자동결제 연결을 시켜놓고 난 후부터 가끔씩 지갑을 놔두고 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황급히 다시 돌아가 지갑을 들고 왔는데, 오늘은 완전히 까맣게 잊고 말았다. 


어쩌지.. 

다행히 그랩은 자동결제라 집으로 돌아가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점심을 쫄쫄 굶게 생겼다. 

돈을 빌려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스스로 해결해보고 싶었다. 

그랩 페이니 잘로 페이니 하는 것들을 듣기만 들었지 실제로 잘 쓰지 않았다. 항상 지갑에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들었고, 여차하면 그냥 카드를 사용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써보기로 했다. 시험도 전날 되어서야 하는 것처럼, 정작 급해지니 쓰게 되더라.  




미리 결제 카드를 등록해 놓았다. 비자나 마스터 카드도 문제없이 등록된다. 전에는 베트남 신한카드가 등록이 안되어 티모를 통해서 그랩 페이를 충전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문제없이 등록이 되었다. 


충전은 결제카드를 선택하고, 원하는 금액을 정한 뒤 확인만 누르면 바로 결제가 된다.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공인인증서를 요구하거나 그런 절차는 없다. 그냥 누르면 결제 완료. 


시험적으로 20만 동만 충전했는데 바로 충전이 완료되었다고 표시가 되었다. 





자, 이제 되는지 시험해보러 가자. 

그랩 페이는 가능한 가맹점만 가능한데, 다행히 근처에 뚜레쥬르 빵집에서 그랩 페이 가능하다는 스티커를 본 적이 있었다. 그랩 페이로 빵 하나 커피 하나 사러 찾아가 보았다. 


빵 두 개랑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그랩 페이로 결제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직원이 옆에 놓여 있던 그랩 페이 QR코드를 보여주며 찍으라고 했다. 그랩 페이에 QR코드 찍는 버튼이 있었고, QR코드에 가져다 대자 곧바로 이 곳의 위치가 뜨면서 결제창이 떴다. 


바로 누르면 결제가 완료되는 것이 아닌, 먼저 해당 점포의 위치를 QR코드로 찍고 해당 금액을 수동으로 찍은 다음 (보통 점원이 찍어준다.) 결제 완료 버튼을 누르면 결제가 완료되는 형식이었다. 한국에서 삼성 페이는 그냥 가져다 대면 결제가 바로 되었던 것과 다르게 몇 번의 확인 절차와 수동으로 금액을 설정해야 했다. 


그랩 페이 말고도 삼성 페이, 잘로, 모모 등 다른 페이먼트 앱들도 가능했다. 다른 곳들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라서 들어가기 전에 페이 가능하다는 스티커가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그랩 페이가 성공적으로 결제가 되었다는 창이 뜨면서 결제가 완료되었고, 그랩 앱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그랩 페이는 그랩 카 서비스뿐만 아니라 택배, 핸드폰 요금 충전, 전기세 등 세금 납부, 그랩 푸드로 음식 배달 등 그랩 앱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다양했다. 베트남에서 그랩 앱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현금도 카드도 지갑도 없는 채 핸드폰 하나 달랑 들고 가서 결제까지 마쳤다. 물론 아직도 카드가 안 되는 식당도 많고, 현금을 더욱 선호하는 사회이지만 급속도로 페이먼트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게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뚜레쥬르가 유명 빵집이고,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서비스가 잘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랩은 엄청난 투자 자본금으로 공격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 호찌민에서 자주 보이는 홍보간판이 바로 그랩 페이로 결제했을 때 무려 20% 할인한다는 이벤트이다. 꽤 많은 음식점에서 볼 수 있었고, 점심을 로컬 식당에서 20% 할인받고 먹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갑 없이 핸드폰만 들고 다니면서 전혀 불편함 없이 생활했다. 한국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지갑 없는 하루를 베트남에서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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