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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Sep 26. 2019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 에인카렘


세례자 요한의 출생 예고 
유다 임금 헤로데 시대에 아비야 조에 속한 사제로서 즈카르야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아론의 자손으로서 이름은 엘리사벳이었다. 이 둘은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이들로,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에 따라 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엘리사벳이 아이를 못낳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 다 나이가 많았다. 즈카르야가 자기 조 차례가 되어 하느님 앞에서 사제 직무를 수행할 때의 일이다. 사제직의 관례에 따라 제비를 뽑았는데, 그가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기로 결정되었다. 그가 분향하는 동안에 밖에서는 온 백성의 무리가 기도하고 있었다.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나타나 분향 제단 오른쪽에 섰다. 즈카르야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않고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을 그들의 하느님이신 주님께 돌아오게 할 것이다. 그는 또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 그분보다 먼저 와서,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순종하지 않는 자들은 의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여,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할 것이다.” 즈카르야가 천사에게,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 하고 말하자, 천사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가브리엘인데, 너에게 이야기하여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되었다.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한편 즈카르야를 기다리던 백성은 그가 성소 안에서 너무 지체하므로 이상하게 여겼다. 그런데 그가 밖으로 나와서 말도 하지 못하자, 사람들은 그가 성소 안에서 어떤 환시를 보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몸짓만 할 뿐 줄곧 벙어리로 지냈다. 그러다가 봉직 기간이 차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 뒤에 그의 아내 엘리사벳이 잉태하였다. 엘리사벳은 다섯 달 동안 숨어 지내며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 주셨구나.” 
루카 복음 1장 5~25 절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 에인카렘


아침부터 비가 소복소복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산을 쓰기에는 애매하고 맞기에도 애매하게 내리는 비였는데요. 오늘은 에인카렘이라는 조용한 마을로 향했습니다. 이 곳은 세례자요한이 탄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바로 옆에는 성모님이 엘리사벳을 만난 곳을 기념하는 성당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고 하는데요. 안개가 껴서 그런지 마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출생 
엘리사벳은 해산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이웃과 친척들은 주님께서 엘리사벳에게 큰 자비를 베푸셨다는 것을 듣고, 그와 함께 기뻐하였다. 여드레째 되는 날, 그들은 아기의 할례식에 갔다가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기를 즈카르야라고 부르려 하였다. 그러나 아기 어머니는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들은 “당신의 친척 가운데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이가 없습니다.” 하며, 그 아버지에게 아기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겠느냐고 손짓으로 물었다.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그러자 모두 놀라워하였다.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그리하여 이웃이 모두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유다의 온 산악 지방에서 화제가 되었다. 소문을 들은 이들은 모두 그것을 마음에 새기며,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하고 말하였다. 정녕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셨던 것이다. 루카 복음 1장 57 ~ 66절 


먼저 세례자 요한 탄생 기념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즈카르야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지 못하고 벙어리가 되어버리죠. 세례자 요한은 아버지 이름을 따 즈카르야라고 불릴 뻔 하다가 요한이라 이름 짓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요한들과 다르게 세례자 요한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죠. 다름아닌 예수님에게 세례를 준 이가 바로 세례자 요한이기 때문이죠. 아마 전세계 요한 중에 가장 유명한 요한이 아닌가 싶네요. 지금와서 생각하지만 즈카르야보다는 요한이 더 입에 착착 붙는 것 같습니다. 



즈카르야의 노래가 각 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성당 벽 곳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탄생 예고를 들은 즈카르야는 요한이 탄생하고 난 이후 성령으로 가득 차 노래를 불렀습니다. 저희는 한국어로 된 즈카르야의 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예쁜 민트색 색깔로 한국어로 번역된 즈카르야의 노래에서 잠시 묵상을 했습니다. 


즈카르야의 노래

아기의 아버지 즈카르야는 성령으로 가득 차 이렇게 예언하였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그분께서는 당신 백성을 찾아와 속량하시고

당신 종 다윗 집안에서 우리를 위하여 힘센 구원자를 일으키셨습니다.

당신의 거룩한 예언자들의 입을 통하여 예로부터 말씀하신 대로 우리 원수들에게서, 

우리를 미워하는 모든 자의 손에서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조상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당신의 거룩한 계약을 기억하셨습니다.

이 계약은 우리 조상 아브라함에게 하신 맹세로

원수들 손에서 구원된 우리가 두려움 없이

한평생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의롭게 당신을 섬기도록 해 주시려는 것입니다.

아기야, 너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예언자라 불리고 주님을 앞서 가 그분의 길을 준비하리니

죄를 용서받아 구원됨을 주님의 백성에게 깨우쳐 주려는 것이다.

우리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높은 곳에서 별이 우리를 찾아오시어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시고 우리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세례자 요한 탄생 성당에서 미사를 보았습니다. 이 성당은 1885년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건립했습니다. 1945년에 세례자 요한이 탄생한 곳을 기념하는 터를 발견하였습니다.  성당 옆 면은 기하학적인 문양들로 가득차있었고, 백색의 성당이었습니다. 성당은 작지만 그 위엄이 느껴졌습니다. 즈카르야와 엘리사벳 그리고 세례자 요한의 기운을 한 껏 받아갔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지도 방문했습니다. 위에 벽화에는 예수님께 세례를 주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한 명 한 명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탄생지 안에 들어가 기도를 드렸습니다. 저도 손을 올리고 잠시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께 작은 기도를 올렸습니다.


즈카르야와 엘리사벳



예수님의 탄생 예고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루카 복음 1장 26~38 절



성모님 엘리사벳 방문 기념 성당 

다음으로 바로 옆에 있는 성모님 엘리사벳 방문 기념 성당을 방문했습니다. 약간 언덕에 있어 오르막을 올라가야 했습니다. 정문에 엘리사벳과 즈카르야가 반겨주고 있네요. 이 곳은 엘리사벳이 살던 집이고, 마리아가 천사에게서 예수님의 탄생 예고를 듣고난 이후 엘리사벳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성모님의 방문을 기념하는 성당입니다. 성당 정면 큰 벽화에 엘리사벳을 만나러 가는 마리아가 그려져 있습니다. 엘리사벳의 이야기를 예로 들으며 주님은 불가능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순종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는 구절입니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한 쪽 벽면에 각국 언어로 쓰여 있는 성모님의 노래가 빼곡히 걸려 있습니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고 나서 이 노래를 기쁨에 넘쳐 불렀습니다. 저도 기쁨에 차 노래 한 곡 하느님께 드리고 싶네요. 미사때도 찬송가를 부르듯이 노래는 하느님에게 들려주는 인간만이 가진 선물인 것 같습니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다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마리아의 노래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루카 복음 1장 39~ 56절 


성모님은 동정인 상태에서 천사의 계시를 받고, 하느님의 뜻을 따릅니다. 나였다면 어땠을 까요? 남자를 알지도 못하는데 무섭지 않았을까요? 주변의 시선이 두렵지 않았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믿어주었을까요? 특히, 남편이 이해해줄 수 있을까? 여러가지 나쁜 미래나 두려움이 몰려오지 않을까요? 쉽게 하느님에게 말씀하신대로 이루어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성모님은 아무 의심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입니다. 저는 이 순종하나만으로도 존경받고 기억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는 말 한마디에 전부를 버린 베드로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께 매달린 자캐오나 성모님과 마찬가지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하느님을 받아들입니다. 인간이란 나약하지만, 하느님과 함께라면 그 무엇보다 강해지는 존재가 아닐까 싶네요. 하느님을 받아들이도록 자신의 의심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성당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엘리사벳을 만나는 성모님이 크게 벽화로 그려져 있습니다. 헤로데왕이 아기들을 죽이라 명령내린 사실이 그림도 그려져 있습니다. 신부님이 참 멋있게 서 있으십니다. 다양한 성경의 말씀이 벽화로 예배당을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문 앞에는 성모님과 엘리사벳이 만나는 장면을 조각한 조각상이 있습니다. 무언가 말 하지 않아도 성령이 가득차 있는 두분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주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비는 마음으로 성당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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