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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Sep 26. 2019

높은 곳에서 하느님께 영광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 베들레헴

천사가 목자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다 
그 고장에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다.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러자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그때에 갑자기 그 천사 곁에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하느님을 이렇게 찬미하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복음 2장 8~14 절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지극히 높은 곳에서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 베들레헴


에인카렘을 떠나 베들레헴에 도착했습니다. 베들레헴은 매우 익숙한 지명이죠. 아마 예루살렘과 갈릴래아와 더불어 신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곳 일겁니다. 바로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이죠. 마침 비가 그쳤네요. 비가 온 뒤라 더욱 하늘이 깨끗해 보입니다. 순례단은 목자들이 천사들을 만난 들판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그치면서 순례단에게도 천사가 다가오나 봅니다. 성당으로 가는 길이 더욱 이쁜 것 같네요. 예수님이 탄생할 때 주변에 있던 목자들에게 천사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라 이야기해줍니다. 



목자들의 들판 성당은 베두인 유목민족 천막을 형상화하여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천장이 둥그스럽게 생겼네요. 정문에는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천사가 순례단을 환영하고 있었습니다. 


환한 천장 사이로 빛이 내려와 성당 전체를 밝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성당의 톤도 밝으면서도 진중한 느낌이 듭니다.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이 천사의 목소리를 듣고 예수님을 찾아가 경배드리게 됩니다. 가장 먼저 경배를 드리게 된 이들이 참 부럽습니다.



목자들이 예수님을 뵙다

천사들이 하늘로 떠나가자 목자들은 서로 말하였다.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봅시다.”

그리고 서둘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다.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 나서,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주었다.

그것을 들은 이들은 모두 목자들이 자기들에게 전한 말에 놀라워하였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목자들은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 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

루카 복음 2장 15~20절 


목자들이 쉬고 있다가 천사의 음성을 듣고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들었던 동굴도 들어가보았습니다. 


천사들은 많은 사람들 중에 목자들에게 나타나셨을까요? 목자들이 들판에서 양을 치며 늦은 밤까지 자고 있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신분이었던 목자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을 경배했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예수님이 어떤 사람들에게 자비와 사랑을 베풀지 짐작해보는 대목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목자들은 외부의 공격에 대비해서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깨어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주인이 올 때 꺠어있는 종이 되라고 비유를 들어주시는데, 목자들은 주인이 올 때 깨어있었던 종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예수님이 기도를 마치고 내려올 때 졸고 있는 아들이 되기보다 주인이 올 때 미리 나가 불을 밝혀주는 종이 되고자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천사들과 목자들과 함께 소리쳐 외쳐보았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예수님의 탄생 
그 무렵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서 칙령이 내려, 온 세상이 호적 등록을 하게 되었다. 이 첫 번째 호적 등록은 퀴리니우스가 시리아 총독으로 있을 때에 실시되었다. 그래서 모두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자기 본향으로 갔다. 요셉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고을을 떠나 유다 지방,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다윗 고을로 올라갔다. 그가 다윗 집안의 자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등록을 하러 갔는데,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그들이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 첫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루카 복음 2장 1~7절 


예수탄생기념성당 


천사가 목자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고 목자들이 서둘러 예수님의 탄생을 경배드리러 갔듯이, 순례단도 서둘러 아기 예수님을 만나서 경배를 드리러 출발했습니다. 십자군 전쟁 당시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당은 마치 요새처럼 만들어졌습니다. 도착했던 당시에 느낌은 성 안에 들어가는 듯 한 느낌이었습니다. 가이드 말로는 원래 입구에 들어가는 데만 1시간이상 걸리는 곳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운이 좋아서 바로 문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겸손의 문. 

심자군 전쟁 뿐만 아니라 베들레헴은 수많은 종교들의 전쟁의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잦은 전쟁으로 외부의 침입을 막기위해 성처럼 높게 요새처럼 지어졌고, 원래 문은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큼 크기로 작아졌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고해서 겸손의 문이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도 있어서 입구에서부터 경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장식들이 끝없이 달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경배드리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오래 된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다양한 종교들의 예수님의 경배를 경쟁적으로 하면서 성당은 각기 종교들에게 나누어 관리가 되고 있었습니다. 들어가보시면 종교마다 다른 스타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입구는 쉽게 들어왔지만, 아기 예수님이 있는 곳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만날 설레임과 주변의 멋진 미술품들을 보면서 기다리는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점차 다가오는 줄이 조금씩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나자렛에서부터 시작되어 아기예수님까지 오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좁은 동굴을 내려가면 이렇게 아기예수님 탄생지가 있습니다. 13개의 은별형상이 이 곳이 아기예수님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씩 들어가 경배를 드렸습니다. 은별 중앙에 손을 집어 넣을 수 있습니다. 동방박사처럼 유황과 황금과 몰약을 들고와 경배를 드리지 못하였지만, 10시간이상 비행기를 타고 나자렛에서부터 예수님의 발자취를 뒤쫓아 오며 예수님을 계속 생각한 마음을 아기 예수님께 바쳤습니다. 아기 예수님 오심에 감사드립니다. 


목자들의 들판에서 외쳤던 것처럼 다시 한번 천사들과 함께 하느님을 찬양했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예수 탄생 기념 성당 옆에 성 가타리나 성당이 있습니다. 카톨릭에서 관리하는 성당으로써, 매년 이 곳에서 크리스마스 아기 예수님 탄생을 경배하며 전세계에 방송하는 곳입니다. 영광스럽게 이 곳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아닐지라도 이 곳에 앉아 있다보면 아기예수님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미사 시작까지 시간이 남아서 순례단은 각자 조용히 원하는 자리에서 묵상을 하였습니다. 저도 아기예수님을 만나고 온 손을 소중히 들고와서 이 곳에서 다시 감사를 드렸습니다.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성당으로 갔습니다. 어릴 때는 3시간가까이 진행되는 전야미사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는 뜻깊은 미사였지만 장시간 서있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세례를 받았던 모태신앙입니다. 이유도 모른채 당연히 미사를 가야했고, 왜 가야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성당을 다녔습니다. 그런 저에게 전야 미사는 그저 다리 아픈 미사였습니다. 오늘 아기 예수님을 만나고 카타리나 성당에서 눈을 감고 아기 예수님을 잠시동안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찰나의 순간으로 아기 예수님을 만났지만, 왜 3시간동안 아기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경배를 드려야하는지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순례를 하면서 매일 미사를 드렸지만, 이상하게도 미사가 지겹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곳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왜 그럴까? 이전에 나는 미사를 가도 문을 굳게 잠그고 하느님을 맞이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문을 활짝 열고 하느님을 맞이하니 그제야 미사의 기쁨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문을 활짝 열고 아기 예수님을 맞이해보세요. 분명 미사가 즐거워질 것 입니다. 



카타리나 성당 지하에는 특별한 한 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로니모 성인인데요. 성서학자이셨던 예로니모 성인은 이 곳에서 평생에 걸쳐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합니다. 순례단은 아쉽게도 성인이 지냈던 동굴을 들어가보지 못했습니다. 성당 입구에서 예로니모 성인과 성녀 카타리나님이 함께 아기예수님 옆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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