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지순례 - 성안나성당
성 안나성당 (성모탄생기념성당)
이 곳은 성모님이 탄생하신 곳으로 알려진 성 안나 성당입니다. 순례를 마치는 마지막 미사를 드리기 위해 순례단은 성 안나 성당으로 모였습니다. 순례를 마치고 난 후라 그런지 다들 조금씩 들떠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말 은총을 많이 받아서인지 행복한 표정들이었습니다. 저도 덩달아 기쁨에 넘쳤습니다.
성 안나 성당 옆에는 베쩨타 연못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데 미사를 마치고 가보았는데 으스스한 분위기였습니다.
마지막 미사도 진지하고 엄숙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미사는 다른 미사와 조금 달랐습니다. 순례 여정을 마치는 미사이기도 하면서 조별로 1명씩 순례에 대한 느낌을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도 우리 조에서 제가 발표자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전날 밤부터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사실 크게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순례를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기록해두고 있었고, 잘 정리해서 이번 순례에서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을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솔직히 이번 순례는 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가고싶어 하셔서 따라온 것이고, 예수님보다 황창연 신부님이 궁금했던 마음이 더 컸습니다. 저는 태어날 부터 세례를 받은 모태신앙입니다. 첫영성체부터 견진성사, 복사단 활동 심지어 예비신학생활동까지 하며 카톨릭 신자로써 분이 넘치는 은총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20살이 넘어서부터 하느님과 조금씩 멀어졌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을 만나야한다는 핑계로 항상 성당은 마지막 순위였습니다. 군대에서 힘들때만 하느님을 찾는 기회주의적 신자였습니다. 이번 이스라엘 성지순례도 기회주의적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4학년이고 이제 취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고, 무엇나나 이룬 것이 없어 다시 하느님께 기대려온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저마저 기쁘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성경에서 전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둘째 아들처럼 말이죠. 나자렛에서부터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순례를 했습니다. 저는 당장 해답을 얻기를 원했지만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해답을 주기 보다 믿음을 주셨던 것 같습니다. 순례 도중 한 작은 동굴에서 한 사람씩 묵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떠올랐던 성경 구절이 있습니다.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주님 뜻대로 하소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도, 이스라엘에 오게 된 것도 모두 다 하느님의 뜻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힘들 일이 있을 테고, 넘어지고 포기하고 싶은 일도 생길 것입니다. 그럴 때 마다 저는 이 성경 구절을 생각하며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해답을 주시기 보다 항상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이번 순례는 제 자신이 다시 하느님에게 돌아가는 순례였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