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 리뷰
취준생 시절. 서울에 잠깐 간 적이 있다. 친구집에 신세를 지었는데, 친구가 일때문에 새벽5시에 일어나야한다고 말했다. 나는 친구와 같이 일어나서 6시에 지하철을 타러 나섰다.
새벽6시. 해도 제대로 뜨기 전이었던 그 시각 거리와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군대 이후로 6시에 밖을 나간 적이 없었던 나는 우리만 일찍 일어나는 새인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잠들었던 그 시간. 사람들은 움직이고 있었고, 세계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까대기라는 책을 읽었다. 만화가를 꿈꾸던 지망생인 작가가 먹고 살기위해 시작한 까대기 (택배 상하차알바를 이르는 말) 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까대기와 택배 물류센터의 현실을 담백하면서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사실 책은 기승전결이나 클라이막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하는 쾌감같은 건 없다. 하지만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마지막 작가의 말때문이었다. 작가는 6년동안 5군데의 택배회사에서 까대기를 한 것이다. 자그마치 6년이다. 사실 하루하고 도망가는 알바가 속출하는 최고레벨의 노동이 택배상하차가 아닌가. 책의 마지막에서는 드디어 만화가로 데뷔를 하게 되는데, 돌아보면 이 과정까지 6년의 시간을 인내한 것이다. 그는 6년동안 매일 새벽에 까대기를 하고 저녁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극도의 육체적 노동인 택배상하차와 극도의 정신적 노동인 그림그리기를 동시에 그것도 6년동안 해낸 것이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홀로 서기를 했을 때, 그 정도의 각오와 열정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만 보면 작가의 6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동기부여가 떨어질 때 항상 이 책을 꺼내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