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으로 본 역사인식
몽골의 역사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칭기즈칸과 원나라가 생각난다. 하지만 우리가 배우는 중국사에도 원나라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청나라도 중국사로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몽골의 역사는 칭기즈칸을 자신의 역사로 여기지만 중국 역시 자신의 나라로 여기고 있다. 중국인들은 쿠빌라이 칸이 중국의 황제를 칭했다는 점과 그들이 세운 나라가 중국 영토 내 있었다는 점, 유목민족의 법치를 버리고 중원의 방식으로 나라를 만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칭기즈칸과 원나라는 누구의 역사인가?
중국사에서 칭기즈칸은 특별한 위치에 있다. 중국 정체성과 민족 자긍심 두 가지 이유이다. 먼저 중국은 수십 개의 소수민족을 하나도 통합하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은 이들을 효과적으로 융합하기 위해 중화민족 다원 일체론을 근거로 중화 세계를 공유하고 있는 하나의 민족 구성원으로 역할을 가장 중요시한다. 모두가 하나의 민족이란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뭉치고 있다. 그들에게는 티베트도 위구로도 원나라도 중화 세계를 함께 공유하는 하나의 민족이다. 두 번째로 민족 자긍심이다. 세계의 중심인 줄로만 알았던 중국은 서구 열강들에게 굴욕적인 패배와 치욕을 맛보게 된다. 제국주의 열강들에게서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은 유럽까지 세계를 호령했던 칭기즈칸의 말발굽이었던 것이다. 유럽을 짓밟은 칭기즈칸이 자신들의 위대한 위인이 되어야 민족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올해 뮬란 실사영화가 개봉했다. 실사영화의 디즈니 원작을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뮬란의 시대적 배경은 남북조시대이다. 당시 뮬란이 살던 나라는 북위였는데 북위는 선비족이 중원으로 내려와 만든 나라였다. 그런데 뮬란은 북쪽 오랑캐인 흉노족과 싸운다. 한족 입장에서는 둘 다 오랑캐인데 말이다. 돌아보면 고대 왕조 때는 흉노, 남만이라 칭하면서 중원 밖에 있는 민족들은 오랑캐로 취급했다. 역사의 일부로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하지만 칭기즈칸은 자신의 역사로 포함시켰다. 이후 중원을 장악한 소수민족들도 전부 포함시켜 버린다. 또한 실사영화는 홍콩과 위구르 지역에서 큰 반발이 일어나며 과연 누구를 위한 영화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최근 중국에서 한복이 자신의 소수민족 의복이고, 중국의 문화라 소개하여 한국에서 크게 반발이 일어난 사건이 있었다. 그전부터 동북공정으로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은 꾸준히 있었다. 만약 중국에서 한국의 역사를 자신의 역사의 일부로 가르친다면 그것은 중국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어떤 단체가 누구의 역사인지 정해줘야 하는 것인가? 서로가 자신의 역사라 우긴다면 누가 교통정리를 해줄 수 있을까? 정치적인 논리와 강대국의 힘의 논리로 역사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면 그것이 올바른 길인가 고민해보지만 쉽게 답이 내려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