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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통해 만난 한국 청년 세대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지만, 현재에 만족하는 일본 청년세대 그리고 한국

by 낯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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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인도에 봉사활동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내가 배정받은 곳은 노인요양소였고 주로 한국과 일본 봉사자들이 많은 곳이었다. 특히 일본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게 되었는데 한 달 동안의 시간 동안 일본 친구들과 동고동락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두 명의 친구들과 친해졌다. 한 친구는 영어도 잘하고 의대생이면서 성격도 매우 좋은 친구였고 다른 한 친구는 영어는 거의 못하고 오타쿠 같은 친구였다. 오타쿠 친구는 낯도 가리고 수줍음이 많고 초식남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전부 밝고 시끄러웠고 매일 놀기 좋아했다. 내가 생각하던 일본 청년 세대와 사뭇 달랐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30이 지나고 주변의 친구들도 결혼을 한 친구도 있고 안 한 친구들도 있다. 어느새 친구들의 대화 주제는 부동산, 주식, 회사 이야기로 바뀌었다. 미래를 꿈꿀 때 어떤 위치와 환경이냐에 따라 다른 모습이었다. 안정적이고 집도 있는 공기업 친구와 공무원 준비를 하다가 공장에 취업한 친구가 생각하는 미래는 전혀 달랐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래 없는 초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이다. 6년 전 만난 개방적인 의대 일본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에 있을 때와 해외에 나왔을 때랑 달라. 해외에서 본 일본 친구들은 초식남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일본이라는 사회 환경이 그들을 초식남으로 만들고 있었다.


현재 20,30대를 본다면 (나를 포함하여) 혼자서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세상. 굳이 힘들게 결혼과 연애에 목메지 않아도 되는 환경. 미움받을 용기를 시작으로 욜로에 이어 소확행으로 까지 이미 한국에서도 익숙한 트렌드가 되었다. 30대 초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1인 가구이자 혼자 사는 삶. 결혼을 할 생각은 있지만 급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심정. 아직도 하고 싶고 놀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 부동산이 없고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삶. 특히 코로나로 이 현상은 매우 심화되고 있다. 모여야 하는 환경에서 모이지 않아도 괜찮은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한다면 더욱 고립되고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6년 전 일본 친구들 속에서 많이 이야기된 것이 "프리터"였다. 프리랜서를 일컫는 말이다. 소확행과 퇴사 열풍, 코로나로 인하여 주변에도 많은 프리랜서들이 보인다. 그런 프리랜서의 삶을 배우고 익히는 학원들도 열풍이다.


지금의 한국도 일본을 급속도로 닮아가고 있다. 적어도 1인 가구와 니트족의 삶에서는 말이다. 일본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자리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 친구를 통해 바라본 일본 사회는 모든 게 정해져 있고 아무나 함부로 자리를 바꾸지 못하는 사회였다. 변화가 없다면 그곳은 멈추게 된다. 한국도 급속도로 자리가 정해지고 있는 것 같다. 국가와 민족의 차이라기보다 아무리 노력해도 불안정한 미래가 그려진다면 당연히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는 공무원이 최고의 대안이 된다. 우리는 그 속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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